너무 튼튼해서? 이사 안가서?… 침대업계 힘든 세가지 이유

침대 사업이 쉽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너무 잘만들어서’다. 한번 매입한 침대를 바꿀 필요가 없을만큼 튼튼하게 만들자, ‘교체수요’가 발생치 않는다는 설명이다.


침대업계 고민 셋… 부동산 규제에 ‘이사 줄어’
너무 튼튼해서 안바꿔… “18년 써도 아직 새거”
코로나 종료 ‘내수 특수’ 끝… 렌탈 시장도 위협적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 30대 A씨는 18년전 부모님이 사주셨던 침대를 아직도 사용중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 A사의 제품이다. 그러나 A씨는 여전히 침대를 바꿀 생각이 없다. A씨는 “오래 쓴 것 같은데 변형이 없다. 가장 문제가 많은 허리 부분도 꺼짐 없이 그대로다. 바꿀 필요를 전혀 못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침대에 커버를 씌우고 사용했던터라 매트리스 내부는 새것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2.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월 말, 대출을 6억 이하로 억제하는 부동산 수요 억제책을 내놨다. 10월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는 정책을 추가로 내놨다. 주택 시장엔 찬바람이 불었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이사 역시 감소했다. 침대업계 관계자는 “침대 수요는 사실 이사 수요의 하위 변수다. 이사가 많아져야 침대 수요도 느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매출로 찍혀 들어오는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2025년 10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자 11월 전국 인구 이동이 42만8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전년 대비 3만명 이상 줄어든 수치다. [통계청]


▶“이사 많아야 침대도 팔리는데…”=침대 업계가 힘들다는 푸념들이 나온다. 품질을 내세웠던 제품들은 오히려 수십년 이상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미래의 ‘교체 수요’를 미리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부동산 규제 정책은 이사 수요를 줄어들게 하며 새 침대 구매 유인을 줄였다. 여기에 매트리스 시장에 진출한 렌탈 업체들은 ‘월 3만원 매트리스’로 소비자들을 유인한다. 코로나19 시기 가구 교체 수요가 늘면서 반짝했던 침대 수요는 이제는 도리어 “5년치 팔 물량을 코로나 시기 때 다 팔아버렸다”는 푸념으로 돌아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내 이동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의 인구 이동 규모는 42만8000명으로, 2024년 11월(46만6000명)과 2023년 11월(49만6000명)에 비해 줄어들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10월 15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을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지정하면서 실거주 등 의무를 부여했고, 대출 규제도 대폭 강화(25억이상 집 구매시 2억 한도)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주택 매매거래가 줄어들었고, 이는 결국 이사 수요까지 집어삼켰다.

이사 수요 감소는 주택거래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토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주택거래량을 보면 2025년 10월 전국 6만9718건이던 주택 거래량은 11월에는 4만9114건으로 11.9%가 줄어 들었다. 이는 최근 5년 11월 누계 거래량 평균 보다도 10.2% 줄어든 수치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면서 인구 이동과 주택매매 거래를 줄어게 했고, 이 여파가 가뜩이나 녹록치 않은 침대 업계에도 ‘유탄’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

▶‘너무 튼튼해서?’ 교체수요 잠식…프리미엄의 역설=침대 업계를 힘들게 만드는 두 번째 요인은 ‘품질’ 그 자체다. 프리미엄 침대·매트리스 시장은 10년도 더 전부터 ‘품질’을 중시했다. 고밀도 폼·포켓 스프링·복합 소재 구조가 고도화됐다. 여기에 국가기준보다 더 엄격한 품질 및 내구도 테스트를 앞세워 “최고의 품질, 최고의 수면 질”을 약속했다. 예컨대 국가기준 매트리스 내구 연한이 8년이면 침대 업계는 15년 이상을 내세웠다. 제품의 수준이 이렇게 높아지자 매트리스들이 어지간히 오래 쓰더라도 변형이 없게 돼, 교체수요가 사라지게 됐단 설명이다.

침대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너무 좋게 만들면 바꾸질 않게 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목소리가 있었지만, 소비자와의 약속이 곧 제품에서 결정되는데 교체 수요 때문에 품질을 낮게 만드는 것은 안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었다. 지금도 교체를 노리고 제품을 판매해선 안된다는 데엔 공감한다”면서도 “사실 ‘반영구적 사용 가능’한 매트리스들이 많아 고민이 되는 점도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주로 ‘제품 하자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침대 프레임의 경우에도 최근에는 각 침대업체들이 규격을 명확히해서 하청에 동일한 품질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프레임 문제 역시 많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종료… “5년치 미리 다팔았다“ 울상=세 번째 요인은 코로나19 기간 동안의 ‘수요 선반영(풀인)’이다. 외출·여행이 막히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인테리어·가구 소비가 급증했고, 침대·매트리스도 대표적인 수혜 품목으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침대업계 관계자들끼리는 5년치 매트리스를 코로나 기간(2021~2023년)에 당겨서 팔아버린 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신 2023년 이후 일상이 정상화되자 내구재 소비가 상대적으로 위축됐고, 교체 주기가 길어진 매트리스 특성상 ‘빈 구간’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중저가 시장에 렌탈 매트리스가 치고 들어온 것은 업계를 빠르게 재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 에이스·시몬스 등 침대 ‘양대 축’이 시장을 견인할 당시엔 두 회사의 매출이 전체 시장 매출의 60%를 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2025년 침대 매출 규모 상으로 두 회사의 매출은 전체의 30% 안팎으로 알려진다. 코웨이, SK매직, 교원웰스, 청호나이스 등이 렌탈 업체들이다. 매트리스 시장에 ‘렌탈’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침대와 매트리스 역시 ‘싸게 구매’ 할 수 있는 소모품이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때엔 침대 시장이 활황이었다. 가전 바꾸고 가구 교체하면서 침대도 함께 바꾸는 사례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같은 내구제 교체 시장이 사그라들었고,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이사들도 많이 하지 않게 되고, 경쟁도 치열해 지면서 쉽지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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