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m 이구아나’ 줄줄이 기절, 나무에서 추락…미 역대급 한파 여파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에서 추위에 기절한 이구아나들[AFP=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는 중남미에서 들어온 외래종 이구아나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왔다. 최근 초강력 한파가 미국을 덮치면서 플로리다의 이구아나들이 기절해 얼어붙거나 폐사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플로리다에는 1989년 이후 가장 차가운 기단이 유입되면서 일부 지역 기온이 섭씨 기준 영하권까지 떨어졌다. 데이토나비치(-5℃), 멜버른(-4℃), 베로비치(-3℃) 등이 최저 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탬파에는 눈발이 날렸다.

기온이 급강하하며 야생의 이구아나들도 역대급 재난을 맞게 됐다. 온도 변화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 동물’인 이구아나는 영상 10도 밑으로만 가도 움직임이 느려지고, 0도에 가까운 기온이 지속되면 일시적으로 근육 조절 능력을 상실하는 토포(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이에 플로리다 곳곳에서 기절해 나무에서 떨어져 있는 이구아나들이 목격되고 있다. 대개 기온이 오르면 다시 깨어나지만, 극심한 추위가 하루 이상 이어지면 폐사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몇 년 새 플로리다에 추위가 닥쳐올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플로리다는 겨울철에도 영상 18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나 최근 몇 년 사이 겨울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플로리다 기상청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이구아나 비’를 조심하라고 예보까지 할 정도다. 몸길이가 1.5∼2m에 이르는 이구아나가 떨어질 경우 밑에서 지나는 사람이 부상을 입을 수 있다.

플로리다 어류·야생동물 보호위원회(FWC)는 주민들에게 얼어붙은 이구아나를 발견하면 당국 보호소로 가져와달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주민들이 별도의 허가 없이 야생에서 외래종 녹색 이구아나를 수거할 수 있게 허용하는 특별 규정을 마련했다. 이구아나 수집과 운반에 필요한 사냥 면허나 관리 구역 허가 등의 요건을 일시적으로 면제해준다.

이구아나는 1960년대 중남미 여행자들이 플로리다주로 들여온 후 개체 수가 급속히 늘어나며 토착 생물들을 위협하는 골칫거리였다.

FWC는 “녹색 이구아나는 플로리다의 외래 유입종이며 환경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주민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달 말부터 초강력 눈 폭풍과 한파가 미국 전역을 강타하면서 지금까지 110명 이상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와 정전 등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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