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위 기관이냐” 경찰 불만
중수청 수사 우선권·비대화 반대 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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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아린·이용경 기자] 경찰이 오는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수사 우선권에 반대 의견을 냈다. 경찰은 중수청이 현행법상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보다 확대된 수사 범위를 갖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검찰청이 사라지고 새로 등장하는 수사기관에 경찰 조직이 잔뜩 경계하는 모양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중수청 입법예고안 검토 의견’을 보면 경찰청은 “중수청에 수사 우선권을 부여한다면 행정력 낭비와 수사 지연이 우려된다”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 또 “중수청의 수사 범위는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인 2대 범죄(부패·경제)를 중심으로 둬야 전문 수사기관으로서 설립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지난 2일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중수청의 직무 범위가 폭넓게 입법예고됐다. 국민 혼란과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중수청안을 둘러싼 경찰의 입장에 대해 “입법 예고 기간 중 제출된 의견을 검토 중이며 의견을 수렴해 2월 중 국회에 법률안 제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서는 중수청이 주요 수사를 선점하는 그림에 대한 짙은 불만이 감지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큰 사건은 중수청에 할당하고 경찰이 남은 사건을 처리하는 구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하위 조직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중수청은 소위 ‘때깔이 나는’ 수사를 하고 경찰은 ‘짜치는’(모양 빠진다는 취지의 속어) 수사를 한다면 경찰 수사 인력의 이탈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검찰의 후신 격인 중수청이 검찰이 수사하는 2대 범죄보다 더 많은 수사 권한을 갖는 것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중수청에 과도하게 권한이 치중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중수청과 경찰의 수사 범위가 중복되는 것에 대해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수사기관끼리 경쟁하는 것은 막대한 낭비”라며 “국민 입장에서 수사 관할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예고된 내용을 보면 중수청은 9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마약·내란·외환)에 대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다른 수사기관보다 우선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다른 수사기관은 중수청 수사 범위에 포함하는 사건을 인지하면 중수청장에게 통보할 의무가 있고 중수청이 수사 범위 내 사건에 대한 이첩을 요구하면 사건을 넘겨야 한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중수청의 직무 범위가 넓어 한정된 수사력이 분산되고 ▷수사 관할에 대한 국민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다른 수사기관이 중수청에 사건을 통보·이첩하는 과정에서 행정력 낭비가 발생하고 ▷수사기관 간 사건을 분배하면서 수사 지연이 빚어져 국민 권익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중수청이 선거 범죄 수사권을 갖는 것을 두고도 “전국에서 발생하는 선거 범죄 특성상 일부 지방 거점에만 설치될 중수청이 수사하기 부적절하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경찰청은 중수청과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가 경합할 때 중수청에 우선권을 주기보다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영장을 먼저 청구한 수사기관이 계속 수사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