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비급여주사 보험금 3년새 33배↑
의원급 고가수액 처방, 과잉진료 논란
같은 독감인데 진료비 7배까지 차이
손해율 120% 육박, 보험료 5년새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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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독감 의심 환자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가운데 병원을 찾으면 “수액 맞으시겠어요?”라는 질문이 따라붙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문제는 이 수액 대부분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영양제 주사라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보험사에서 나간 주사 보험금만 6000억원을 넘어섰다. 과잉 진료가 늘어날수록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가입자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38억원에서 1253억원으로…비급여 주사 폭증=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국내 4개 주요 손해보험사가 지난해 1년간 지급한 비급여 주사제 보험금은 6122억원에 달했다. 1년 전(4416억원)보다 38.6% 늘었다. 3년 전인 2022년(2585억원)과 비교하면 2.4배 불어난 수치다. 지급된 보험금 중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 18.4%에 불과하다. 대부분 건강보험에 적용받지 않는 주사다. 지급 건수도 219만건에서 538만건으로 늘었다.
특히 독감 관련 비급여 주사료 증가세가 가파르다. 2022년 38억원에 불과했던 독감 비급여 주사 보험금은 지난해 1253억원으로 3년 만에 무려 32.6배나 폭증했다. 지급 건수는 3만9000건에서 103만건으로 26배 늘었다. 건수 대비 지급보험금 증가폭이 더욱 크게 나타나면서, 주사 1건당 지급되는 보험금도 10만8000원에서 12만2000원으로 13% 올라섰다. 고가 주사제 사용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1월(1~23일) 중 나간 비급여 주사 보험금은 605억원으로, 전년(725억원)보다 작았다. 하지만 2년 전(463억원)과 비교하면 30% 이상 높은 수준인 데다, 짧은 집계 기간과 보험금 청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땐 비급여 주사 보험금 증가세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만원 vs 27만원…같은 독감, 다른 청구서=더욱이 진료 현장을 들여다보면 독감 치료 시 처방받는 약제에 따라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최대 7배 이상 벌어진다.
실제 경기 성남에 있는 D소아과에서 독감 판정을 받은 7세 남아는 검사비와 타미플루 처방 등을 포함해 3만9700원을 냈다. 반면 서울 반포의 H소아과에서 9세 여아의 경우 독감 주사제와 해열제, 검사비 등으로 총 25만8700원을 지급했다. 경기 수원 J의원에서 진료받은 13세 여아는 독감 주사에 영양제까지 더해 27만5600원이 나왔다.
타미플루 같은 경구용 치료제(알약)만으로도 독감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많은 의원에서 “주사가 더 빠르고 편하다”며 고가의 비급여 주사제를 권한다. 심지어 실손보험 청구에 필요한 ‘치료목적 소견서’를 먼저 써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고가의 비급여 주사제로 유도하는 건 비단 독감 유행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장염 증세로 내원한 환자에게 필요한 수액 외에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비급여 영양제를 세트로 묶어 처방하거나, 단순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다른 질병코드를 부여해 실손보험 처리가 가능한 비타민 주사를 맞게 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어차피 보험 되니까”…과잉 진료 악순환 반복=고가 비급여 수액 처방은 동네 의원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기준 독감 비급여 주사 보험금의 82.1%(1029억원)가 의원급에서 발생했다. 전체 비급여 주사료로 범위를 넓혀도 의원급 비중이 76.9%(4706억원)에 이른다.
환자 입장에선 어차피 보험 처리가 된다는 생각에 고가 처방을 받아들인다. 이렇듯 비급여 처방을 통해 의원은 높은 수익을 챙기고, 환자는 실손보험을 통해 비용을 전가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과잉 진료의 대가는 결국 선량한 가입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비급여 주사료와 같은 보험금 누수가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높이고, 이는 곧 보험료 인상의 핵심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실손보험(1~4세대 합산)의 위험손해율은 119.3%로,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손해율이 100%를 넘어간다는 것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욱 많다는 의미로, 실손보험의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적자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도입한 4세대 실손의 손해율은 147.9%로, 1~3세대 손해율보다도 더욱 높게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평균 7.8%씩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 22년부터 5년 동안 누적된 인상률은 46.3%에 달한다. 특히 올해 4세대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은 20%대 이를 것으로 보인다. 40세 남성이 상해 1급, 전 담보 가입 최대 금액으로 가입했을 때 4세대 실손 가입자의 월 보험료는 1만4570원에서 1만7480원으로 2910원(약 20%) 인상된다. 연간 약 3만5000원 부담이 느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사가 권하면 환자 입장에선 거절하기 어렵고, 실손보험이 있으니 일단 맞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다”며 “결국 이런 청구가 쌓여 보험료가 오르면 비급여 주사를 맞지 않은 가입자까지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