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금융 키우는 정부, 공공기관 금고 우선권 주나

은행연·지방시대위원회 실무 협의 착수
지역금융 활성화 위한 장단기 과제 분류
기관금고 선정에 정책자금 배정 핵심과제
3월 금융위원회와 본격 소통 나설 예정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달 19일 세종에서 지방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조용병(왼쪽 여섯번째) 은행연합회장과 김경수(왼쪽 일곱번째) 지방시대위원장를 포함해 김기홍(왼쪽 네번째) JB금융그룹·빈대인(왼쪽 다섯번째) BNK금융그룹·황병우(왼쪽 여덟번째) iM금융그룹 회장, 지방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지방시대위원회]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 속도를 내자 지방은행권도 숙원 과제인 ‘공공기관 금고 우선 배정’ 논의에 착수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되면 대규모 예치금을 둘러싼 ‘금고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미리 유리한 고지 선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당국이 지역 정책금융 비중을 2028년까지 연 125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정책자금의 지역은행 배정 확대 여부 역시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19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주최한 지방은행장 간담회 이후 지방은행협의회와 함께 후속 실무 협의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 지방시대위원회 측은 “은행연합회와 함께 지역금융 실적 지표가 공공기관 금고 선정 평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논리를 정교화한 뒤 3월부터 금융위원회와 본격적인 소통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간담회에는 BNK·iM금융·JB금융 지방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참석해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금고 및 거래은행 선정 과정에서 지역금융 기여도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문제를 집중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은행들은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등 지역경제 기여도가 높은데도 실제 금고 경쟁에서는 대형 시중은행 중심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과의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중·단기 과제를 분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주요 과제에는 금고 선정 지표 개선을 비롯해 ▷지역 중소·벤처기업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RWA) 부담 완화 ▷정책자금의 지역은행 배정 확대 ▷지방채 발행 여건 개선 및 조세 지원 등이 포함됐다. 은행연과 지방은행협의회는 과제별 대안을 구체화해 지방시대위원회에 전달하고,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단기·중장기 과제로 나눌 예정이다.

은행장들까지 나서 공공기관 금고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역경제 둔화로 지방금융권의 수익 기반이 약화되면서 수신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의 상환 여력이 약화되며 충당금 부담이 커지는 등 수익성 개선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이자수익 확대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공공기관 금고는 대규모 예치금과 신규 고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통로로 평가된다.

한 지방은행 부행장은 “시중은행까지 금고 유치 경쟁에 가세하면서 과도한 출혈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에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추진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자금 지역은행 배정 확대도 주요 관심사다. 금융당국은 2025년 40%(연 100조원) 수준인 지역 정책금융 비중을 2028년까지 45%(연 125조원)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밖에도 지방 우대 규제 개선과 신규 지역 특화 상품 출시를 유도해 민간 금융의 지역 공급 확대도 추진한다. 지방 대출에 대한 예대율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현재 3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은행권 지역금융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지역금융 역할 강화를 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4월 ‘지역경제의 위기와 지방은행의 역할’ 포럼에서 ▷지자체 금고은행의 지방은행 지정 법제화 ▷공공기관의 지방은행 거래 비중 의무화 ▷지자체 산하기관의 지역은행 거래 의무화 등을 논의했다. 다만 공정 경쟁과 효율성 논란도 함께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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