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주사 ‘한 방’에 살이 울긋불긋”…불과 ‘한 시간’ 만에 영영 떠난 아빠, 그 이후

급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컫는 아나필락시스성 쇼크는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음식 섭취, 백신 접종 조영제 투여 등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없습니다.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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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지난 2015년 9월 12일. A씨 가족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통한의 순간이다. 허리 통증이 잦았던 A씨는 B병원을 찾았다. 치료를 위해 후관절 내측지 ‘신경차단술’을 받기로 한 그날, 가장을 앗아간 불행은 불과 ‘한 시간’ 만에 찾아왔다.

같은 날 오후 3시 8분, B병원은 A씨에게 국소마취제를 주사했다. A씨의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던 A씨는 두 차례 구토했고, 피부가 푸르스름한 색으로 변하는 청색증 증상을 보였다.

오후 3시 12분, B병원은 A씨에게 심장마사지 등 심폐소생술을 했다. A씨는 오후 4시 12분께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 되던 도중 사망했다. A씨 사망까지 불과 한 시간, 가족들은 그렇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A씨 사인,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A씨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혈액에서 부피바카인, 덱사메타손, 트리암시놀론 아세토니드 및 아트 로핀 등이 검출됐다. 부피바카인은 장시간 작용성 국소마취제다. 경막 외 마취 시 혈중 치료 농도는 0.25~0.75㎎/ℓ(A씨 혈액 함량 0.10㎎/ℓ)이었다. 독성농도는 4~5㎎/ℓ이다.

또 A씨 혈액에서는 비만세포 트립타제 농도가 97.9㎍/ℓ로 검출됐다. 비만세포 트립타제는 중성단백 분해효소로 45㎍/ℓ 이상일 경우, 아나필락시스성(과민반응성) 쇼크의 사후 진단 기준이 된다.

아나필락시스성 쇼크란 특수한 약물이 사람에게 투여될 경우, 수 분 내 호흡곤란 및 순환계 허탈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과민 반응을 말한다. 원인 물질로는 해열제, 호르몬, 효소, 음식물, 항생제, 국소마취제, 비타민제, 조영제 등 다양하다. 일반의 예상보다 흔하게 찾아 올 수 있다는 뜻이다.

A씨 주요 사인으로는 아나필락시스성 쇼크가 예상됐다. 신경차단술 시 사용된 약물이 ‘혈액’으로 일부 주입됐고, 혈중 비만 세포 트립타제 농도가 97.9㎍/ℓ로 높아진 것은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욱이 A씨는 과거 몇 차례 아나필락시스성 쇼크로 인한 치료를 받은 전력도 있었다.

나아가 부피바카인 등은 혈액에 직접 주입돼서는 안 된다. 심장 독성이 강한 마취제이기 때문이다.

법원 “의사에 ‘과실 증명’ 책임 지울 수 없다”


MRI, CT 등 촬영에 투여되는 조영제는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 투여 전에 조영제 등을 통해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하기도 한다. 해당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없습니다. [123RF]


그럼에도 의정부지방법원고양지원 제 1민사부(판사 전기흥)는 A씨 유가족 주장을 모두 물리쳤다.

특히 “의료행위는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일반인으로서는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 인과관계 여부를 밝혀내기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의사에게 무과실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A씨 유가족이 제기한 ▷B병원의 주사제 독성·시술 부작용 가능성 등 불충분한 설명 ▷전무했던 알레르기 관련 문진·사전 진단검사 ▷부피바카인 등 약물이 A씨 혈관 내 주입된 시술 부주의 ▷산소 공급·에피네프린 투여 등 즉각적으로 시행되지 않았던 응급처치 등 문제도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우선 법원은 B병원이 시술 전 A씨에게 염증·감염, 출혈·혈종, 위약감, 어지럼증 및 마비 등 신경학적 증상 등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관해 설명 후, 시술 동의를 받은 점에 주목했다.

또 신경차단술과 같은 국소마취제를 사용하는 시술 전에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검사가 통상적으로 시행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B병원에 주의의무 위반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A씨 유가족이 ‘A씨가 평소에 건강했고, 지병이 없었다’고 한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A씨가 약물 과민반응을 보이기 쉬운 체질이라는 점에 관해 유가족들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이 경우 B병원이 문진을 통해 병력이나 위험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 혈관 내로 주입된 부피바카인 등에 대해서는 부검감정서와 별도로 제출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를 들어 “‘혈관 내로 국소마취제 등 약물이 투여돼’란 표현은 A씨 사망 결과로 미뤄 볼 때 부피바카인이 혈관 내로 직접 주사 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추정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어떤 경위로 A씨 혈액에서 부피바카인 등 약물이 검출된 지 불명확하다는 뜻이다.

이어 “국소마취제의 경우 신경 주위에 주입됐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혈액 내로 약재가 분포하게 된다”며 “간이나 신장을 통해 분해돼 외부로 배출되므로, A씨 혈액에서 부피바카인 등 약물이 검출됐다는 것만으로는 혈관에 직접 주사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건 시술 직후 이뤄진 시술 중단 및 응급처치, 2ℓ 산소 공급 및 생리식염수 주사, 심장마사지 및 제세동 2회 시행, 기도 삽관 시도 등을 열거하며, 응급처치 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물리쳤다.

조진석 변호사 “A씨, 아나필락시스 치료 전력 조명했어야”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 [법무법인 오킴스 제공]


조진석 변호사는 A씨가 아나필락시스성 쇼크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국내의 경우 약물에 의한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사례가 적잖다. 대부분이 항생제,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 방사선 조영제에 의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해당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에는 약물 이상 반응 ‘과거력’을 확인하는 게 필수란 것이다.

특히 동일 성분에 약물 이상 반응이 있었다면 다른 성분의 대체약 처방해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동일 약물을 처방했다면 혈압·호흡 수·산소포화도 등 환자 감시 및 기본적인 처치 외에 스테로이드·에피네프린·항히스타민제 투여 등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특정 약제를 주사 받거나, 복용한 환자가 체질에 따라서는 그 부작용으로 인해 심각한 신체기능 장애 혹은 생명까지 잃게 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은 의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해당 약제를 처방하는 의사로서는 환자의 과거 병력 및 과거 의약품 사용 내역, 의약품 사용에 따라 겪게 된 증세 등 상세히 조사 후 처방해야 한다”며 “해당 약물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통상적인 약제라거나 환자의 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매우 드물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주의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A씨 부검 결과를 보면 사망 원인이 아나필락시스성 쇼크가 유력해 보인다”며 “부피바카인의 혈관 내 주사 주장보다는 아나필락시스성 쇼크에 대한 사전 문진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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