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지역 돌며 발품…샌드위치로 끼니
‘李대통령 20조 예산 지원’ 약속, 기대감
민선 8기 동안 ‘NPU컴퓨팅센터’ 등 성과
추진력·소통, 행정이란 수레 속 두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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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만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행정통합 때문에 샌드위치와 햄버거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시 제공]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요즘 식당에서 밥 먹을 시간도 없습니다. (식사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샌드위치나 햄버거로 간단히 해결하고 있어요.”
최근 광주광역시청 내 집무실에서 만난 강기정 광주시장은 ‘밥 먹는 이야기’부터 꺼냈다. 강 시장을 만난 날은 ‘전남광주특별시(가칭)’로 광주·전남 행정통합 지자체 명칭이 사실상 확정된 날이다. 현재 지역에서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것이 행정통합이기도 하다.
강 시장이 보여준 일정표는 10분 단위로 빼곡했다. 그는 요즘 국회와 광주·전남을 돌며 ‘통합 전도사’로 발품을 팔고 있었다. 진짜 시간이 없어 보였다. 끼니도 차에서 패스트푸드로 간단히 해결할 때가 많고, 늦은 밤 집에 돌아가도 누룽지 한 그릇으로 저녁을 대신한다고 했다. 그래도 “기쁜 마음”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가슴 떨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해요.”
광주 인구 140만명 붕괴, 청년 유출, 일자리 감소, 지방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광주·전남의 현주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 시장은 행정통합 카드를 빠르게 꺼내들었다. 통합이 되면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두 개의 광역단체장 자리는 한 개로 줄게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역의 미래다.
“추진력, 돌파력, 약속을 지킨다.” 강 시장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다. 그와 인터뷰에서 광주·전남이 처한 절박한 현실을 타개해보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이달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은 단순한 지역현안이 아니라 국가 생존전략이다. 경계를 허물어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다. 호남은 지난 60년 동안 인구 규모가 줄어든 유일한 지역이다.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재명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시도지사의 결단이 만나 통합의 창이 열렸다. 통합 지자체의 공식 명칭은 전남광주특별시로 정해졌다. 다만 약칭은 ‘광주특별시’를 사용하기로 했다. 전남의 명칭 우선권과 광주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절충한 결과다. 통합청사는 ‘1청사·2청사’ 개념의 수직적 위계를 없애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광주시청, 전남도청(무안), 전남 동부권 청사(순천) 등 3곳에 기능을 분산해 균형 있게 사용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화 타협 공존, 과연 민주주의의 본산답다’고 격려해주셨다. 국회 통과를 위해 전남도,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통합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
-광주·전남 통합은 관선 지자체장 시대인 30년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3전 4기의 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통합이 어려웠던 이유는.
▶광주와 전남은 한뿌리다. 나도 고향이 전남 고흥인데 학창시절은 광주에서 보냈다. 많은 시도민이 정서적 공감과 함께 지역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혼한 부부가 다시 합치는 것처럼 통합은 어려웠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1995년 당시 허경만 전남지사가 시도통합을 추진했지만 광주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가 있다. 2001년 전남도청 이전 문제로 행정통합 이슈가 제기됐다. 2020년에는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합의문’ 서명까지 있었지만 공론화 위원회 추진이 흐지부지 되면서 무산됐다.
-전남광주특별시가 되면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가. 대통령도 통합이 되면 연간 5조원씩 최대 20조 지원을 약속했다.
▶‘이대로면 지역은 망한다’는 위기감이 광주·전남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청년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데다 의료, 문화, 교육, 쇼핑 등 정주여건도 부족하다. 전남광주특별시가 되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수도권과 견줄 수 있는 특별한 위상과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소모적인 지역내 갈등도 줄일 수 있다. 결국에는 시도민들이 잘먹고 잘사는 방법을 찾아가는 길이다. 굳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부모님과 지역에 살며 미래를 열어가는 첫 단추가 행정통합이다. 이 대통령이 연간 5조원, 임기 중 20조원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광주·전남 1년 국비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대통령이 ‘연륙교 같은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지 말고 지역 경제·산업의 토대를 만들라’고 신신당부했다. 추가 재원은 반도체, 인공지능(AI), 에너지 등 미래 산업 육성에 투입해야 한다.
-통합 관련 주민투표, 학군, 고용불안에 대한 공무원 반발도 있었다.
▶행정통합이 이처럼 빠르게 진전된 이유는 인구 감소, 산업 공동화, 수도권 쏠림 심화 등 구조적 위기를 공감해서다. 광주와 전남이 각각의 행정구역을 넘어 초광역 단위의 대응 없이는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특히 국가 차원의 재정·제도적 지원이 맞물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주민투표는 현실적으로 특별법 통과 이전 진행이 불가능하다. 신속한 추진과 함께 주민투표에 버금가는 공청회, 간담회 등 ‘폭넓은 경청’을 진행 중이다. 학생들의 안정성을 고려해 학군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향후 통합 선출되는 교육감이 재량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의 경우 ‘불이익 배제 원칙’을 밝혔지만, 근무지 이동 등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큰 것 같다. 불이익이 절대 없도록 법률에 담아냈다.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 ‘국가신경망처리장치(NPU)컴퓨팅센터’ 등 미래산업 발굴에 공을 들여왔다. 광주가 가진 산업기반은 무엇이라고 보나.
▶광주의 전략적 선택과 오랜 준비로 이뤄낸 일이다. 취임 직후부터 전남과 함께 반도체 특화단지를 준비해왔다. 수도권 외부에 새로운 반도체벨트 조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 비록 윤석열 정부 당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그때 마련된 인프라, 인재양성시스템, 글로벌 2위 반도체 패키징 기업 보유도시라는 준비상황이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 지정에 기여했다. 2018년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예타면제 사업으로 다른 시도가 모두 사회간접자본(SOC)을 선택할 때 광주만 AI를 선택했다. 지난 5년간 AI 1단계 4300억 사업추진과 에이직랜드 등 펩리스기업, 국가NPU컴퓨팅센터 등의 산업기반을 마련했다.
-강 시장 하면 ‘뚝심있고 추진력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게 느낀 시민들이 있다면 시장으로서 노력이 아직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더 겸허히 경청하겠다. 하지만 결단하고 속도를 내는 이유는 현장에서 확인한 시민들의 절박함 때문이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쁘곤 했다. 추진력과 소통은 반대말이 아니고, 행정이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다. 소통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행정은 멈춰선 수레와 같고, 반대로 소통 없이 추진만 하면 길을 잃고 헤매기 마련이다. 결단은 단호하게 하되 과정은 더 세밀하게 공유, 두 바퀴가 함게 구르는 광주 행정을 보여드리겠다.
-민선 8기 시정을 운영하면서 잘했던 일과 아쉬웠던 일은.
▶12·3 비상계엄 위기를 민주정부 탄생의 기회로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행정안전부의 청사폐쇄 요구가 있었지만 불복했다. 당일 자정 48인 지역사회 리더를 초청해 ‘헌법수호 비상계엄 무효선언 연석회의’를 열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시도중 광주 투표율이 전국 1위(83.9%)였다. 당초 광주가 유력했던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에 실패했다. 많은 시민들이 상실감과 허탈한 마음을 표출했다. 곧바로 국가NPU컴퓨팅센터 설립을 제안해 새로운 활력을 마련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가 아닌가 싶다. ‘광주 민군공항 통합이전’은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였다. 6자 협의체 합의를 통해 ‘광주형 실리콘밸리’ 조성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도 내세우고 싶다. 이 밖에도 지하철 2호선 도로개방 완료, 복합쇼핑몰 유치, 광주다움 통합돌봄, 초등생 학부모 10시 출근제, 공공심야어린이병원, 산단근로자 조식제공, AI당지기 도입 등이 기억에 남는다. 가장 아쉬운 점은 시간이었다. 너무 빠르게 달리느라 함께 한 공직자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시민들에게도 상세히 설명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전남광주특별시 유력 후보군 중 한 명이다. 통합시장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첫째도 둘째도 ‘좋은 일자리 만들기’다. 기업이 찾아오고 청년이 떠나지 않는 광주·전남을 만드는 것이다. 광주와 전남이 가진 강단점을 잘 접목하면 기회가 있다. 대한민국 산업의 축을 광주·전남으로 옮겨오게 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아리조나와 텍사스로, 루르에서 바이에른으로 이동한 것처럼 말이다. 통합은 산업·인구·재정이 함께 묶이며 투자유치, 기업이전, 산단조성 등 산업정책을 더크고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기회다. 시도민이 체감할수 있는 일자리, 소득, 생활변화로 연결될 것이다. 의료, 교육, 쇼핑, 문화 등 정주여건 강화에도 힘을 쏟고 싶다. 지금까지 단 한곳도 없었던 복합쇼핑몰의 경우 단순히 쇼핑만 하는 곳이 아니다. 특급호텔 등과 연계해서 지역 관광거점으로 키워보고 싶다.
■강기정 시장이 걸어온 길
▷1964년 전남 고흥 출생
▷1982년 광주 대동고 졸업
▷1991년 전남대 전기공학과 졸업
▷2001년 전남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2012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
▷2019년 청와대 정무수석
▷2022년 제12대 한국상하수도협회장
▷제17·18·19대 국회의원(광주 북갑)
▷제14대 광주광역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