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귀환’ 정부 추진에 커지는 ‘동물 복지’ 목소리[세종백블]

한중 정상회담 계기 추가 임차 추진…“국가 간 외교에서 동물에 대한 고려 없어”


2023년 에버랜드에 있던 당시 푸바오 모습[출처 : Wikimedia Commons, 악준동]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정부가 중국에서 자이언트판다 1쌍을 추가로 임차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추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푸바오’와의 기억을 가진 이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동물복지단체들은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인 자이언트 판다를 낯선 곳에서 살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동물 복지 원칙에 부합하는지 성찰해야 한다며 판다추가 임차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8일 정부와 동물복지단체 등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달 5일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자이언트판다 추가 대여를 요청한 뒤 다음 날 한국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중국 국가입업초원국 간 관련 논의가 이뤄졌고 현재는 외교당국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후부도 중국 측과 협의를 준비하고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외교부 중심으로 진행되는 협의를 실무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주중 한국대사관에 파견된 환경관을 통해 현지 환경 당국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추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이언트판다는 멸종위기종으로, 1990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상 ‘위기’(EN·야생에서 매우 높은 절멸 위기에 직면한 상태) 종에 오른 뒤 중국을 비롯한 각국이 보전 노력을 펼치면서 개체 수가 회복됐다. 그러나 여전히 ‘취약’(VU·야생에서 매우 높은 절멸 위기에 직면한 상태) 종으로 분류된다.

자이언트판다를 상징으로 삼고 있는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현재 야생 자이언트판다는 1864마리에 불과하다. 자이언트판다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Ⅰ’에 등재된 종으로 국제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런데도 중국이 ‘판다 외교’를 펼칠 수 있는 까닭은 CITES 부속서Ⅰ에 속한 종도 ‘등록된 과학기관 간에 이루어지는 비상업적 대여·기증·교환’은 예외적으로 가능해서다. 기후부는 부속서Ⅰ 등재 종에 대해 “국제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학술·연구 목적 거래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CITES 상임위원회는 1996년 협약 당사국에 보낸 공지에서 야생에서 포획한 자이언트판다는 임대해선 안 되고 종 보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임대하라고 권고했다.

또 자이언트판다 전시로 얻는 금전 이득은 중국 내 종 보존을 위해서만 사용돼야 하며 임대되는 자이언트판다와 그 새끼는 중국 정부 소유로 남아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2016년 들어온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2020년 푸바오, 2023년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를 낳아 개체 수가 늘어 종 보존의 효과가 없지 않았지만, 임대·임차가 판다 입장에선 ‘강제이주’임에 틀림없다.

앞서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갈 때도 푸바오는 정형행동(동물이 좁은 곳에 갇혔을 때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행동과 불안한 모습을 보여 걱정을 샀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 13개 단체는 최근 자이언트판다 추가 임대 반대 성명에서 “동물원과 같은 특정 공간에 갇혀 사는 전시 동물을 인위적으로 옮긴다는 것은 동물이 평생 나고 자란 세계를 뒤흔드는 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자이언트판다 대여가 그간 한국이 추구해 온 방향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이 2022년 처음 전면 개정됐을 때 큰 변화 중 하나가 법 목적이 ‘동물원·수족관 보유 동물 복지 증진’과 ‘생명 존중 가치 구현’에 있다고 명시하며 동물원과 수족관 역할 중 ‘전시·교육’ 앞에 ‘생물다양성 보전’을 삽입한 것이다.

동물 ‘보호’에서 ‘복지 증진’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 등 국정 책임자들이 다시 한국에 오기가 사실상 어려운 푸바오를 반복해서 언급하며 자이언트판다 대여를 추진하는 것은 동물을 다시 ‘인간을 위해 재주를 부려야 하는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레터를 통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부터가 동물들에게 큰 부담이지만, 판다의 거취는 동물의 상태보다는 오로지 국가 간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며 “최근 중국과 일본 간의 외교 갈등으로, 일본에 있던 판다 쌍둥이 레이레이와 샤오샤오가 시기를 앞당겨 중국으로 귀환했다. 국가 간 관계가 변화하니 도구였던 판다도 용도를 달리 쓰이게 된 셈인데, 이 과정에서 동물을 위한 고려는 어느 곳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상대국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사안이지만, 이제라도 의견을 수렴하고 신중히 고민해 요청을 철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체들은 “정부 중 최초로 동물복지를 국정과제에 포함한 이재명 정부는 동물을 물건처럼 빌려오고 되돌려보내는 관행이 동물복지 방향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는지 답해야 한다”면서 “판다 추가 임차 계획을 철회하고 외교 수단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관행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바오’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정부의 친환경·친동물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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