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출전, 올림픽은 어디까지 허용할까…IOC 새 규정 예고[2026 동계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 첫 공통 지침
도쿄선 허용·파리에선 사실상 배제
미국 압박 속 2026 밀라노 앞두고 방향 전환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이 밀라노 올림픽 개회식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성전환(트랜스젠더) 선수의 경기 출전 자격을 제한하는 새로운 성별 규정 신설을 추진한다. 종목별 자율에 맡겨왔던 기존 방침에서 벗어나 IOC 차원의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자 선수 종목을 보호하는 것은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의 핵심 개혁 과제”라며 “성전환 선수 출전과 관련한 새로운 정책이 수개월 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의견 수렴과 숙고의 과정을 거쳤고, 국제 스포츠계 전반에서 일정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다”며 “올해 상반기 중 방향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새 정책은 IOC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 종목단체(IF)에 공통 적용되는 통합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IOC는 2021년 각 종목 특성에 따라 연맹이 자율적으로 출전 규정을 정하도록 권고했지만, 종목별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새 지침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남성 사춘기를 거친 성전환 선수의 여자부 출전을 제한하는 방향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IOC에 따르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트랜스젠더 선수는 스웨덴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의 엘리스 룬드홀름(23)이 유일하다. 다만 성소수자 전문 매체 아웃스포츠는 이번 대회에 최소 44명 이상의 커밍아웃한 성소수자(LGBTQ+) 선수가 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IOC의 이번 기조 변화는 과거 올림픽과 대비된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렐 허바드가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선수로 출전했다. 허바드는 여자 최중량급(87㎏ 이상)에 나섰으나 인상에서 모두 실패해 실격됐고, 기록보다는 ‘첫 사례’라는 상징성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당시 IOC가 테스토스테론 수치 기준 등을 적용해 성전환 선수의 출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 대회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IOC는 2021년 테스토스테론 기준마저 삭제하며 문턱을 낮췄지만 국제수영연맹(2022년), 세계육상연맹(2023년) 등 주요 종목 단체들은 오히려 사춘기를 남성으로 보낸 선수의 여자부 국제대회 출전을 잇달아 금지했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가 여자부에 출전했다는 사례가 사실상 나오지 않았다.

IOC의 정책 전환에는 미국의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여성 스포츠에 성전환 선수를 허용하는 단체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도 산하 단체에 정부 방침 준수를 권고하며 성전환 여성의 대회 출전을 사실상 제한했다. 미국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하계 올림픽 개최국이기도 하다.

코번트리 위원장은 10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내년 1분기 안에는 매우 명확한 결정과 방향을 제시하길 희망한다”며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여성 부문을 보호하면서도 가장 공정한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