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소신발언에 열폭한 트럼프…올림픽서 정치견해 허용되나 [나우, 어스]

ICE 제50조항…경기장내 정치·종교적 선전 금지
기자회견·SNS에선 소신 발언은 가능
美선수들, ICE 이민단속에 잇단 비판
트럼프 “완전한 패배자”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최근 미국 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 단속을 비판하는 입장을 드러내자 분노하는 모습을 구현한 이미지. [챗GPT 이미지]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막을 올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선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두고 연이어 소신 발언을 이어가면서 화제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상황을 비판한 미국 스키 대표 선수를 향해 “완전한 패배자”라고 직격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정치적 소신 발언은 규정상 문제가 없는 것일까.

올림픽 경기장 내에서 정치 선전 금지하지만…SNS·기자회견선 가능

지난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개회식에서 미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AFP]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림픽 무대에서 정치적 발언이나 행위는 금지돼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규정 제50조항에 따르면 올림픽이 열리는 장소, 경기장 등 기타 지역에서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올림픽이라는 대형 행사가 스포츠 경기 자체에 집중하고, 논쟁적인 정치 이슈로 번지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이 있다. IOC는 올림픽 기간 동안 오직 선수들의 경기 성과와 경기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른 문제들은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200여 개국 선수들의 공존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 동안 정치적 발언을 아예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기자회견이나 공동취재구역, 인터뷰, 소셜미디어 등에선 대회기간 중에도 자신들이 우려하는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 있다.

미국·유럽 선수들, 美 ICE 이민 단속에 연이어 비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한 헌터 헤스. [게티이미지]

하지만 최근 동계 올림픽 개막 전후로 선수들의 소신 발언은 물론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는 퍼포먼스까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선수들은 ICE를 주축으로 한 이민 단속에 대한 비판 입장을 공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미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대한 비판을 고려해 최근 밀라노에 만든 올림픽 대표팀 선수단 지원 장소 명칭을 ‘아이스 하우스(Ice House)’에서 ‘윈터 하우스(Winter House)’로 바꿨다. 최근 미네소타주 등지에서 미국인 2명이 총격으로 사망한 파문 속에 벌어지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이민 단속과 시위 강경 진압 사태 등을 감안해서 이름을 바꾼 것이다.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한 헌터 헤스는 지난 6일 현지 기자회견에서 “지금 미국을 대표하는 것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조금 어려운 것 같다”면서 “나는 국가보다는 고향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내가 미국에 대해 좋다고 믿는 가치를 대표하러 왔다. 성조기를 달았다고 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대변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 종목에서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한 크리스 릴리스. [게티이미지]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 크리스 릴리스 역시 미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미국을 대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이자 전미 챔피언인 앰버 글렌 역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성소수자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너는 그냥 선수니까 네 일이나 해. 정치 얘기는 그만해’라고 말하지만, 정치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우리 일상에 영향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이걸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이자 전미 챔피언인 앰버 글렌. [게티이미지]

유럽 선수들 역시 미니애폴리스 ICE 총격 사건 겨냥해 비판적인 의견을 온라인상에서 드러내고 있다. 영국의 프리스타일 스키 스타 거스 켄워시는 지난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설원 위에 소변으로 문구를 새긴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눈 위에는 ‘F*** ICE’라는 강렬한 비속어 섞인 비판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건스 켄워시 SNS 캡처]

켄워시는 사진과 함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ICE가 우리 지역사회에서 아무런 견제 없이 권한을 행사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려 미국 이민 당국의 강경 정책을 공개적으로 맹비난했다.

美 스키 대표선수 정치발언에 트럼프 등판…“헌터 헤스는 완전한 패배자”

지난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서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한 헌터 헤스가 “지금 미국을 대표하는 것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조금 어려운 것 같다”며 발언한 것에 대한 입장을 올린 글.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 헤스는 완전한 패배자”라고 맹비난을 쏟았다. [트루스소셜 캡처]

선수들이 연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반박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루스소셜에 “헌터 헤스는 완전한 패배자로, 현재 동계 올림픽에서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만약 그렇다면 그는 대표팀 선발에 도전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가 팀에 포함된 것은 몹시 유감이며, 이런 사람을 응원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비판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올림픽은 오랫동안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열려왔지만, 올해 대회는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과 유럽 간 오랜 파트너십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한층 노골적인 정치적 색채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IOC에서 선수들의 행동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을 경우 대회에서 징계를 받거나, 퇴출, 올림픽 출전 영구 금지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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