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重 ‘조현준 승부수’ 통했다…역대 최대 수주 ‘잭팟’

7870억원 규모 전력기기 美 공급
단일 프로젝트로 역대 최대 규모
멤피스 공장 인수·증설 투자 결실
“美 전력망 안정화 핵심 파트너”


조현준(오른쪽) 효성 회장이 생산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이 조현준 효성 회장의 지휘 아래 창사 이래 최대 수주 성과를 거뒀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와 약 7870억원 규모의 765킬로볼트(㎸) 초고압변압기, 리액터 등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전력기기 기업이 맡은 단일 프로젝트 중 사상 최대 규모이자 효성중공업 자체적으로도 역대 가장 큰 사이즈의 수주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한국 기업 최초로 765㎸ 초고압변압기, 800㎸ 초고압차단기 등 전력기기 ‘풀 패키지’ 공급 계약을 미국에서 체결했고, 새해에도 수주를 이어가며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굳혔다.

미국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현지 전력사업자들은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765㎸송전망 구축을 계획 중이다. 765㎸ 송전망은 대용량 전력을 장거리로 보낼 수 있고, 기존 345㎸나 500㎸ 대비 송전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설계 난이도가 높고, 고전압 절연 기술과 까다로운 시험·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美 765㎸ 초고압 변압기 1위 위용=효성중공업은 2001년 미국법인을 설립해 2010년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에 765㎸ 초고압변압기를 수출했다. 2010년대 초부터는 현지 765㎸초고압 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였으며, 현재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 초고압변압기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했다. 765㎸변압기뿐만 아니라 800㎸ 초고압차단기까지 공급할 수 있는 라인업도 갖췄다.

특히 2020년부터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변압기 공장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멤피스 공장은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765㎸초고압 변압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효성중공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765㎸변압기 생산 능력을 보유한 국내 창원공장과 동일한 품질관리 역량과 기술력을 멤피스 공장에도 적용했다. 구매, 설계, 생산 등의 표준화된 시스템을 창원공장과 동일하게 구축해 효율성을 높였다. 지역 내 기술 대학들과 협력해 현지 우수 인재도 채용 중이며, 경력개발 및 전문 교육프로그램으로 중간 관리자급 및 임원을 적극 육성 중이다.

▶조현준의 네트워크·투자결단 결실=이번 수주는 조현준 회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한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은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 등 미국 에너지·전력회사 최고 경영층들과 개인적 친분을 쌓으며 효성중공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조 회장은 “AI 및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인프라는 이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이 됐다”며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과 초고압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전력망 안정화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앞서 조 회장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보고, 2020년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초고압 변압기 공장 인수를 결정했다. 내부에선 우려가 있었지만,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싱귤래러티(singularity, 특이점)의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보며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이후 멤피스 공장 인수부터 현재 진행 중인 증설까지 총 3억달러(약 4400억원)를 투자했다. 멤피스 공장은 증설이 완료되면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조 회장은 미 정관계 핵심 인사들과도 꾸준히 만나며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입지를 넓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빌 해거티 테네시주 상원의원과는 수차례 회동하며 깊은 신뢰 관계를 쌓았고, 사프라 캐츠 오라클 CEO(최고경영자), 스콧 스트라직 GE 버노바 CEO, 빌 리 테네시 주지사, 스콧 터너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등과도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현지 주요 인사들과의 긴밀한 소통은 미국 내 전력시장에서 입지를 더 굳히는 무형 자산이 될 전망이다.

▶초호황 국면에 ‘슈퍼甲’…수주잔고 꽉 차=선제적 투자 등에 힘입어 향후 전망도 밝다. 현재 국내 전력기기 업계는 글로벌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로 초호황 국면에 접어들며 사실상 ‘슈퍼 갑’인 상황이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5조9685억원, 영업이익 7470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중공업 부문 수주잔고는 약 11조9000억원으로 국내 전력기기 회사 중에 가장 많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개발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로 정부의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도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술이 적용된 HVDC를 사용할 경우 전력망 유지보수, 고장 시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창원공장은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HVDC 변압기 전용 공장을 구축 중이다. 이를 통해 독자기술로 시스템 설계부터 기자재 생산까지 가능한 HVDC 토털 솔루션 기업이 된다는 구상이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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