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벗고선 안 타” 우크라 최초 스켈레톤 선수, IOC와 정면충돌 끝 실격[2026 동계올림픽]

전사한 동료 24명 얼굴 새긴 ‘추모 헬멧’ 논란
IOC “정치 선전 금지 위반”…선수는 CAS 제소 방침

우크라이나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전쟁으로 희생된 자국 운동선수 24명의 얼굴이 새겨진 헬멧을 착용하고 연습에 나선 모습.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우크라이나 최초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가 ‘추모 헬멧’을 둘러싼 갈등 끝에 올림픽 무대에서 퇴출당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2일 “헤라스케비치가 IOC 선수 표현의 자유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했다고 발표했다.

논란의 발단은 ‘헬멧’이었다. 헤라스케비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희생된 자국 운동선수 24명의 얼굴이 새겨진 헬멧을 쓰고 공식 연습 주행에 나섰다. 헤라스케비치는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하나의 팀으로 설 수 있었다”며 “나는 그들을 배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IOC는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을 근거로 제동을 걸었다. 해당 조항은 경기장과 관련 시설에서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금지하고 있다. IOC는 “추모 완장 착용은 허용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헤라스케비치는 헬멧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IOC는 “여러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이 직접 면담까지 진행했지만 타협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유감스럽게도 참가 자격 박탈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0일(현지 시각)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스켈레톤 연습 주행 중인 우크라이나 헤라스케비치의 모습. [게티이미지]

헤라스케비치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2018 평창 올림픽에서 12위, 2022 베이징 대회에서 18위를 기록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의 상징적 존재다.

특히 2022년 베이징 대회 당시에는 경기 후 ‘No War in Ukraine’라는 문구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서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 IOC는 이를 “평화를 촉구하는 일반적 표현”으로 해석해 징계하지 않았다.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전쟁이 장기화한 가운데 추모 헬멧은 IOC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정치적 표현’으로 분류됐다.

스켈레톤 1·2차 시기는 12일, 3·4차 시기는 13일 열릴 예정이지만 헤라스케비치는 꿈의 무대인 올림픽 출발선에 설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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