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아쉬움’ 딛고 정면 승부…차준환, 한국 남자 피겨 새 역사 쓸까[2026 동계올림픽]

쇼트 6위 92.72점…3위와 9.83점 차
베이징 5위 넘어 개인 최고·한국 최고 기록 도전
난도 대신 완성도 선택…“해오던 대로 간다”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차준환이 연기를 마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이 다시 한번 역사를 향해 뛴다. 무리한 승부수 대신 ‘완성도’를 택한 그는 14일 오전 3시(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리는 남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에 출전한다.

이번 목표는 단순한 순위 상승이 아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기록한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고 순위(5위)를 넘어 개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 기록 경신, 나아가 사상 첫 남자 싱글 메달까지 노린다.

차준환은 앞서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92.72점으로 6위에 올랐다. 쇼트 3위인 프랑스의 아당 샤오잉파(102.55점)와는 9.83점 차다.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쳤지만 트리플 악셀에서 쿼터 랜딩 판정을 받았고 스텝 시퀀스 레벨이 기대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점수가 다소 박하게 나왔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는 “기술 점수보다 구성 점수가 낮게 나온 부분이 아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차준환이 점프를 돌고 있다. [연합]

그러나 흔들리지는 않았다. 차준환은 프리에서 4회전 점프를 추가하는 모험 대신 시즌 후반부터 다듬어온 ‘쿼드 2개 구성’을 유지하기로 했다. 시즌 초반에는 4회전 점프 3개를 배치했지만 성공 확률과 프로그램 완성도를 고려해 전략을 조정한 상태다.

이번 프리 프로그램은 ‘광인을 위한 발라드’다. 당초 시즌 초반에는 ‘물랑루즈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으로 준비했지만, 지난달 종합선수권대회 이후 과감히 프로그램을 교체했다.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과 구성으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는 결단이었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한 데에는 1년 전 경험이 있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프로그램에서 9점 이상 뒤졌지만, 무리한 난도 상향 대신 준비해 온 구성을 안정적으로 수행해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겠다”는 각오다.

차준환이 연기를 마친 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

빙질 변수도 있다. 쇼트트랙과 피겨가 함께 열리는 경기장 특성상 얼음이 다소 무른 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차준환 역시 “물기가 많아 신경 쓰인다. 표면이 얼면 돌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차이가 점프의 성공·실패를 가르는 만큼 섬세한 대응이 필요하다.

남은 격차는 적지 않지만 피겨는 종종 한 번의 무결점 연기가 판을 뒤집는다. 차준환이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다면 개인 최고 기록 경신은 물론 시상대 경쟁까지도 충분히 사정권에 들어온다.

베이징에서 5위로 한국 남자 피겨의 한계를 넓혔던 그는 이제 그 벽을 다시 밀어 올리려 한다. 내일 새벽 한국 남자 피겨의 또 다른 이정표가 세워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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