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男 “무의미한 날” 女 “상업적인 날” 인식

PMI 조사..종교사에 없는, ‘유령 데이’
日제과사가 제조한 가짜뉴스 같은 날
일부 업계 수요창출 시도, 국민 시큰둥


2월 14일은 있는 그대로, 설 연휴 첫날이다. 한복을 곱게 입고 궁궐로 놀러가기 딱 좋은 날이다. 발렌타인데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의외로 냉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경희궁에서 한복맵시를 뽐내는 글로벌 한복모델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발렌티누스는 영어식 표현인 발렌타인의 희랍식 표현이다. 1600~1900년전 성직자 혹은 신학자들 중 2월 14일에 사망한 발렌티누스는 2명이고, 다른 날에 죽은 발렌티누스는 여럿 있었다.

정통 크리스트교 역사에서 오늘날 발렌타인데이 의미(여성이 남성에게 고백하는 날, 사랑을 맹세하는 날)와 연관지어 볼 만한 기록은 사실상 없다.

누가 만든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일각에서 ‘떠도는 얘기’로는 1700년 전 금혼령을 어기고 결혼을 한 남녀의 혼배예식을 성직자인 발렌티누스가 집전을 했다가 금혼령을 내린 당국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사람들은 그를 사랑의 메신저라 여겨 기념하기 시작했다고들 한다.

하지만, 정통 기독교사 어디에도 이런 얘기는 없다. 그리고 발렌타인이라 불리는 성인(Saint)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이다. 발레리아는 성인 중에 있다. 물론 일반 신도의 세례명으로 쓰이는, 정식으로 붙여야할 세인트, 산타 등 성인 접두어를 아무 성직자에게 막 갖다 붙이는 로컬교회도 있기는 하다.

근세 유럽 어느 작은 공동체에서 ‘2월 14일은 연인들 간 고백하는 날’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았고, 수십년전 일본 초콜릿 제조회사가 자기 공장의 초콜릿 판매를 위해 이 발렌타인데이 마저 제조했다. 정통 크리스트 교도 입장에선 ‘가짜 뉴스’에 가까운 허상을 근거로 이상한 의미의 기념일을 만든 것이다.

빼빼로데이(11.11)는 우스갯 소리로 만들었지만 숫자의 모양이 과자 모양과 닮았다는 개연성이라도 있어 막대과자를 나눠먹으면서 한바탕 웃기라도 하는데, 발렌타인데이는 소소한 개연성 조차도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세상에 사랑 만큼 강한 것이 없어서, 사랑을 소재로 한 이 유령같은 기념일은 어느덧 꽤 많이 퍼져나갔다.

발렌타인데이만 되면 유통가, 호텔가, 제과업계가 ‘달콤한 사랑’을 고리로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인다. 그래서 하나의 큰 현상인가 싶지만, 실제 우리 국민들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는 최근 전국 만 20~4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발렌타인데이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상업적인 기념일’(25.2%)로 인식하는 응답과 ‘무의미한 날’(24.3%)로 보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두 개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 뒤로는 ‘유희적인 이벤트 날’(20.7%), ‘정서적 소통의 날’(17.6%), ‘자기 보상의 날’(12.2%)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남성은 ‘무의미한 날’(25.6%)로 느끼는 비중이 가장 높았고, 여성들의 반응 역시 시큰둥해, ‘상업적인 기념일’(27.9%)로 보는 시각이 가장 우세했다.

한편, 연애, 짝짓기 프로그램 시청 경험과 관련한 설문에는, 최근 1년내 이를 시청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60%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적으로 꾸준히 보는지 여부는 질문하지 않았다.

연애,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중복 응답)에 대해 ‘연애 감정을 대리 만족하기 위해’가 51.3%, ‘다양한 인간군상과 연애 심리를 분석하는 재미’ 41.7%, ‘지인과 화제성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기 위해’ 30.7%, ‘현실적인 연애 조언이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24.3%, ‘출연자들의 패션, 데이트 코스 등 정보를 얻기 위해’ 15.8% 순으로 나타났다.

20대의 경우 특정 프로그램만을 집중적으로 보기 보다는 여러 연애 프로그램을 비교적 고르게 시청한 경험이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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