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0 못 뛰었는데 왜 1위?” 미 언론 시각차, 그래도 모두가 인정한 최가온의 금빛 질주[2026 동계올림픽]

난도 vs 완성도…해석의 차이
클로이 김도 깨끗한 승복
“대형 오심 아닌 채점 스포츠의 영역”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이 14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깨물어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최가온이 만들어낸 금빛 역전을 두고 미국 언론이 ‘작은 논쟁’을 소개했다.

AP통신은 14일(한국시간) ‘클로이 김, 아슬아슬한 패배…심판 판정은 옳았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두 선수의 기술 구성 차이에 주목했다. 핵심은 난도였다.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서 최고 난도 기술로 평가받는 ‘더블 코크 1080’을 성공했고 88.00점을 받았다. 반면 최가온은 3차 시기에서 1080 대신 900도, 720도 회전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며 90.25점을 받아 1위로 올라섰다.

미국 NBC 해설위원 토드 리처드는 “더블 코크 1080은 위험 부담이 훨씬 큰 기술”이라며 “클로이 김이 1차 시기 연기를 후반에 했다면 선두에 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프파이프가 상대 평가 방식인 만큼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점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에게 박수를 치는 클로이 김(왼쪽)의 모습. [연합]

하지만 AP는 곧바로 균형을 맞췄다. 하프파이프는 단순히 기술 난도를 합산하는 종목이 아니라는 점이다. 점프 높이·기술 난도·다양성·완성도·연결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AP는 “최가온은 각 구간에서 다른 각도의 스핀을 안정적으로 연결했고, 점프 최고 높이도 클로이 김보다 약 20㎝ 높았다”고 전했다. 결론은 “대형 오심이라기보다는 채점 스포츠 특유의 해석 차이에 가깝다”였다.

실제 중계 분위기도 ‘금메달 확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미국과 유럽 해설진은 최가온의 3차 시기 직후 “동메달권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기”라고 평가했다. 한국 JTBC 중계진 역시 기권 위기까지 몰렸던 선수가 실수 없이 완주했다는 점에 안도와 경외를 표현했을 분 점수가 나오기 전까지는 차분했다.

그러나 정작 최가온과 코치진, 그리고 아버지의 반응은 달랐다. 연기를 마친 직후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고 최가온은 눈물을 흘렸다. 스스로는 ‘해냈다’는 확신이 있었던 셈이다. 고난도 1080 대신 900과 720으로 전략을 수정해 완성도에 집중한 판단, 그리고 세 구간을 흔들림 없이 채운 구성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클로이 김(왼쪽)과 최가온이 경기를 마친 뒤 함께 있는 모습. [연합]

이번 금메달은 점수표에 찍힌 숫자 이상의 서사가 있었다.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져 무릎을 다쳤고 2차 시기에서도 실수했다. 사실상 메달권에서 멀어진 상황 속에서 눈이 다시 쏟아지며 코스 컨디션까지 나빠졌다. 그럼에도 3차 시기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완주했다.

하프파이프는 정량과 정성이 공존하는 종목이다. 단순한 난도 경쟁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할지 완성도를 택할지의 전략 싸움이기도 하다. 1·2차 실패 이후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고 완벽하게 복원된 3차 시기 연기는 심사위원들에게 ‘완성된 한 편의 런(run)’으로 읽혔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클로이 김은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3연패 도전이 무산됐지만 문제 제기 없이 최가온을 축하했다. 세계 최정상의 품격이었다. 1080이냐, 900이냐의 문제는 여전히 토론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밀라노의 설원 가장 높은 곳에 끝까지 서 있던 선수는 최가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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