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이해 부족으로 낮은 형량 선고”
“美처럼 피해액 산정해 적극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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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
[헤럴드경제=권제인·박지영 기자] 기술 유출 범죄가 국가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자리 잡았지만, 법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무죄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술 유출 위협이 전방위적으로 커지고 있는 만큼 기술 도둑을 엄벌하기 위해선 재판부의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8일 사법정책연구원의 ‘기술 유출 범죄의 심리방식과 양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기술 유출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 대비 처리 기간이 현저히 길고 무죄율도 높아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심 기준 2년을 초과한 사건 비율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건이 15.4%,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은 40.6%에 달했다. 전체 형사사건에서 2년 초과 사건 비율이 3.82%인 점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은 수치다.
평균 처리 기간 역시 길었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구속 사건은 22.6개월, 불구속 사건은 14.7개월 소요돼 전체 형사사건 평균인 4개월, 6.2개월 대비 월등히 길었다. 기술 유출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 대비 공판 기일 횟수가 많고, 증인 수도 많아 심리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판부의 기술 이해도 부족은 높은 무죄율로도 이어졌다. 기술 유출 사건의 무죄 비율은 일반 형사사건 대비 10배 가까이 높았다. 유출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경우 피해 기업에서 주장하는 영업 비밀성이 부정되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이 선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형사공판 1심 사건의 무죄율은 29.8%로, 같은 기간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3.1%)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 유출 범죄 전담 재판부 설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기술 사건을 지속적으로 담당하는 전담 재판부를 두고, 법관 대상 전문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술 이해도를 체계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기술조사관, 전문심리위원 등 외부 전문가의 적극적 활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술조사관이 배치된 일선 법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유일해, 전문 인력 확대 배치가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양형 체계 개편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행 양형기준은 기술 유출 범죄를 피해액 규모에 따라 유형화하지 않고, 피해 정도를 양형 인자로만 반영하고 있다. 법원의 전문성이 부족해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연방 양형 가이드라인을 통해 손해액 또는 이득액 규모를 기준으로 범죄 단계를 설정하고 전문가 증인을 활용해 피해 규모를 산정하고 있다.
김종근 사법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 유출 범죄는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규제를 회피하는 경제 범죄인 만큼, 피해 규모와 경제적 이득액이 주효 양형 인자에 포함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장기적으로 미국과 같이 양형기준 적용 범죄 유형을 손해액 또는 이득액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수사단계부터 피해액 산정을 위한 자료를 충실히 수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창원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의 산업기술안보수사대 등 수사기관의 전문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법원은 기술 유출 사건을 일반 형사사건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며 “특허법원 설립 이후 판결의 전문성이 높아졌듯, 기술 유출 범죄와 관련해서도 전문 재판부를 신설해 기술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