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장 먼저 뚫은 기업만 웃었다…북미 비중이 만든 중견 실적 지도

대동모빌리티가 지난달 20~2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오렌지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6 PGA 쇼에 참가해 ▷프리미엄 리무진 골프카트 ‘GA900’ ▷북미형 LSV 콘셉트 모델을 선보였다. [대동]


내수 둔화에도 농기계·보일러·리모델링·K-뷰티 ‘미국 매출’이 방어막
중국 회복 지연에 묶인 기업은 영업이익 급감…해외 포트폴리오 격차
관세는 변수지만 ‘현지화·유통망·제품 포지션’이 결국 실적을 갈랐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국내 건설·소비 경기가 둔화한 가운데, 북미 시장에서 매출과 이익을 실제로 만들어낸 중견기업들이 지난해 실적 시즌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은 회복 지연과 거래처 구조조정 여파가 겹치며 수익성이 후퇴했다. 다만 ‘미국 관세’는 여전히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 요인이라는 설명도 따라 붙는다.

북미 시장 진출이 실적 효자 노릇을 한 대표 기업은 TYM이다. 이 회사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9402억5586만원, 영업이익 640억8247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9.2% 늘었고, 영업이익은 298.5% 급증했다. 회사는 북미 판매 물량 확대와 비용 효율화를 실적 개선 배경으로 제시했다.

대동도 ‘북미 딜러망 확대’ 성과가 수익성으로 연결됐다. 2025년 매출 1조4750억원, 영업이익 311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8.3% 늘었다.

보일러·냉난방(HVAC)에서는 경동나비엔이 북미 판매 확대 효과를 확인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조5029억3900만원, 영업이익 1440억9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0%, 영업이익은 8.7% 증가했다.

건자재·리모델링 관련 업종은 업황의 역풍 속에서도 ‘미국 시장의 완충’이 얼마나 있었는지가 갈렸다. LX하우시스는 2025년 누적 매출 3조1787억원, 영업이익 13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86.6% 감소하며 부진했지만, 회사는 미국 e스톤 등 북미 사업을 핵심 축으로 가져가며 B2C 확대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K-뷰티에서도 북미 채널을 주요 시장으로 생각하고 공략했던 기업들의 성적표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에이피알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조5273억4497만원, 영업이익 3653억7096만원을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1.3%, 영업이익은 197.8% 늘었다. 회사는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 시장 확대와 화장품·홈뷰티 디바이스 성장 등을 실적 변동 원인으로 제시했다.

반대로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은 ‘회복 지연’이 그대로 실적으로 반영됐다. LG생활건강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6조3555억원, 영업이익 1707억원을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2.8% 감소했다. 회사는 실적 발표에서 중국 시장 수요 둔화 등 대외 변수의 영향을 함께 언급했다.

애경산업도 중국 비중이 높은 구조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6545억원, 영업이익 211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4.8% 감소했다. 4분기에는 영업손실 3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는데, 화장품 부문 해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거래처 구조조정에 따른 물량 축소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격차를 ‘북미 비중이 만든 실적 지도’로 해석한다. 단순히 미국으로 수출을 했느냐가 아니라, 현지 거점과 인증 대응, 딜러·유통망, 제품 포지션을 통해 북미에서 반복 구매와 ASP(평균판매단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를 만들었느냐가 성패를 갈랐다는 의미다.

다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문제는 올해도 변수다. 북미에서 이미 유통망을 확보한 기업은 가격 전가·프로모션·제품 믹스 조정으로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있지만, 특정 지역에 편중된 기업은 회복 지연이 곧바로 이익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관세 문제가 불거지자 ‘관세를 물기 전에 미리 수출하자’는 논의가 있어 매출이 크게 올라간 영향도 있었다”며 “그리고 판가에 관세 부분을 어떻게 전가할 수 있을 지 역시 고민이다. 지난해엔 관세 첫해라 수입상과 판매상이 관세를 나눠 부담하는 경향들이 강했는데, 이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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