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자산 30조 상장사 ESG 공시 도입…기후금융 790조로 확대

금융위 제4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
4월 ESG 공시 로드맵 최종 확정 계획
기후금융공급 기존 420조서 대폭 늘려
고탄소산업 저탄소 지원 ‘전환금융’ 도입


이억원(사진 가운데) 금융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20층 챔버 라운지에서 개최한 생산적금융 대전환 네 번째 회의에서 관계부처와 유관기관, 경제단체 및 이해관계자,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 경제와 기업의 녹색 전환(GX)을 위한 다양한 과제들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헤럴드경제=김은희·유혜림 기자] 오는 2028년 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정부는 상향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후금융 공급 규모를 총 790조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지역과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을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녹색전환을 ‘생산적 금융’의 핵심 축으로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위, ESG 공시 로드맵 공개=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4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ESG 공시 로드맵을 공개했다. 해당 로드맵에 따르면, 우선 2028년(2027회계연도) 연결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시작한다. 다만 공시 첫해에 한 해 일정 기준을 충족한 국내외 종속회사는 공시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첫 해 공시 대상 기업은 총 58개사다.

이억원 위원장은 “3월까지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4월 중 로드맵을 최종 확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로드맵이 확정되면 거래소 공시규정 개정 등 절차를 신속하게 이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기업 부담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스코프3(Scope3·가치사슬 전반 배출량)’ 공시에 대해선 3년간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스코프1·2가 기업의 직접·간접 온실가스 배출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스코프3는 원재료 조달부터 유통·사용·폐기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까지 포함한다. 중소·중견 협력업체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추정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한 뒤 원칙적으로 2031년(2030년 회계연도)부터 스코프3 공시를 시작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이면서 고탄소 배출 업종에 해당하지 않는 가치사슬에 대해서는 공시를 면제하기로 했다. 다만 제도가 안착해 자본시장법상 공시 체계로 전환된 이후에는 면제 범위를 재검토할 방침이다.

거래소로 운영하되 제도가 안착된 이후 법정 공시로 전환할 계획이다. 공시채널은 한국거래소, 공시시점은 원칙적으로 연말 결산시점인 3월 말로 제안했다. 다만, 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매년 5월경 배출량을 인증 중인 만큼 정보의 신뢰성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에 한정해 반기 결산시점인 8월 중순 공시하는 것이 허용할 예정이다.

또 기업들의 공시 위반 제재에 대한 우려가 높은 점을 고려해 초기 단계에선 예측 또는 추정정보를 활용한 공시에 대해선 면책을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제3자를 통한 인증 의무화와 관련해선 도입 초기에는 자율적으로 인증을 받도록 하되 국제동향 등에 따라 단계적 의무화 방안과 인증기관 규율체계 마련을 검토해나갈 예정이다.

▶기후금융 790조로 확대…한국형 전환금융 도입=이날 회의에선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에 대응해 국가적 녹색전환(K-GX)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도 발표됐다. 앞서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새로운 NDC를 확정했다. 2030년까지 40% 감축하겠다는 기존 목표보다 한층 강화된 수치로, 산업 전반의 구조 전환과 대규모 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2026~2035년간 총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2024~2030년 420조원 계획보다 기간과 규모를 모두 확대한 것이다. 공급 자금의 50% 이상은 지방에, 70% 이상은 중소·중견기업에 집중 투입해 지역 녹색성장과 산업 생태계 전환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금융이 실물경제의 저탄소 전환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기후금융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한국형 전환금융’도 도입한다. 전환금융은 철강·화학·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이 설비 효율화, 연료 전환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친환경 프로젝트 중심의 녹색금융과 달리, 산업 구조 전환 과정까지 포괄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EU와 일본 사례를 참고해 국내 산업 구조에 맞는 전환금융 체계를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기후금융 인프라도 고도화한다. 신용정보원을 중심으로 ‘기후금융 웹포털’을 구축해 K-택소노미 적용 판단을 지원하고, 녹색·전환금융 기준 부합 여부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의 심사 부담을 줄이고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자금 공급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회사의 포트폴리오 탄소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금융배출량 플랫폼’도 마련한다. 대출·투자 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금융배출량(Scope3)을 글로벌 표준(PCAF) 기반 산식으로 통일해 제공한다. 기업별 탄소배출 데이터(중소·비상장사는 추정치 포함)를 제공함으로써 금융회사들의 산정 비용과 시간 부담을 줄이고 공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위원장은 “기후위기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우리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언급하면서 “우리 기업과 경제의 녹색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장 인프라로서 기업의 공시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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