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일부터 개정 노조법 시행
교섭전 노동위 사용자성 사전 판단
사용자, 최소 2개 노조와 교섭해야
정부가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확정한 ‘원·하청 교섭절차 매뉴얼’에서 원칙적으로 전체 하청노동자 단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도록 명시했다.
형식적으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유지됐지만, 하청노조가 원청노조와 통합되지 않고 별도의 집단 단위로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하면서 사실상 단일화 제도의 운용 방식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의 무게가 노동계 요구에 보다 실린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 브리핑을 열고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원·하청 교섭절차 매뉴얼’을 확정·발표했다. 개정 노조법은 다음 달 10일 시행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개정 노동조합법은 하청노동자들이 자신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주체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시행령과 해석지침, 매뉴얼을 통해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전체 하청단위’ 교섭 원칙…교섭 구조 기본값 변경=이번 최종안의 핵심은 ‘전체 하청노동자 단위’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명시한 점이다. 원청노조는 기존과 같이 별도의 교섭단위를 유지하고, 하청노조들만 하나의 집단으로 묶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는 구조다. 앞서 시행령 입법예고 당시엔 ‘원청 단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강제하는 구조가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노동계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매뉴얼에선 하청노조를 원청노조와 동일 교섭단위로 묶지 않고, 하청노동자 집단 단위로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도록 원칙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이를 개정법 취지를 “최대한 구현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입법예고 당시 교섭단위 분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던 것과 달리, 최종안은 하청노동자 집단 단위 교섭을 교섭 구조의 기본값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방향을 보다 명확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원청이 하청노동자에 대해 사용자로 인정되는 경우, 하나의 원청 사업장에 여러 하청업체 노조가 존재할 때 이들은 각각 따로 교섭에 나서는 대신 하나의 하청노동자 단위로 단일화 절차를 거쳐 원청과 교섭하게 되는 방식이 기본이 된다.
이는 하청노동자의 교섭력을 분산시키지 않는 설계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노동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존처럼 개별 교섭이 이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영향력 약화를 제도적으로 보완한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정부는 교섭단위 분리 가능 요건도 함께 명확히 했다. 업무 내용·근로조건·이해관계 등이 현저히 다른 경우에는 시행령 제14조의11에 따라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했고, 분리된 단위 내에서도 다시 단일화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교섭권 확대와 절차적 통제를 병행한 구조다.
해석지침에서는 노동쟁의 대상 범위도 보다 구체화했다. 개정법에 따라 ‘사업경영상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됐지만, 공장 증설이나 투자, 합병·분할·매각 등 경영상 결정 그 자체가 자동으로 교섭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시했다.
대신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이 수반되는 경우에 한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범위를 정리했다. 경영상 판단 전반이 교섭 의제로 확대되는 것을 제한하면서도,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교섭권을 인정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인 ‘구조적 통제’ 개념에 대한 설명도 보완했다. 불법파견 판단과 동일한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해 해석상 혼선을 줄이려 했다.
▶사용자성 사전 판단 절차 마련…현장 영향은 ‘시험대’=이번 매뉴얼은 교섭 전 단계에서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 일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절차를 안내한 점도 특징이다. 이는 원·하청 교섭의 최대 쟁점인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교섭 이전 단계에서 가늠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그동안 사용자성 판단이 지연되면서 교섭 자체가 성립하지 못하거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절차 마련으로 교섭 개시까지의 시간은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사용자성 인정 범위는 여전히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현장 적용 과정에서 또 다른 해석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 운영, 유권해석 창구 개설, 원·하청 상생교섭 컨설팅 등을 통해 시행 초기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원·하청 교섭 가능성을 전제로 한 컨설팅이 이미 진행 중이다. 다만 재계에선 사용자 범위 확대와 교섭 요구 증가로 현장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도 설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시행 이후 교섭 사례가 축적되면서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전날 ‘국무총리 초청 경총 간담회’에서 개정 노조법과 관련 사용자 범위와 쟁의 대상 해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손 회장은 “정부가 시행령 개정과 해석지침 행정예고 등을 통해 법 시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의 범위와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해당하는 쟁의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