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족 이유로 지원 거부 못 해
교육청도 관련 비용 지원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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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제6회 한국수어의날 기념식에서 사회자가 수어로 6을 표현하고 있는 모습.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 [연합]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앞으로 청각장애 학생이 수어통역사를 구하지 못해 수업을 포기하거나 가족 도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크게 줄어든다. 학교가 예산이나 인력 부족을 이유로 통역 지원을 거부할 수 없고 교육청 역시 관련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준이 제시되면서 장애 학생의 실질적인 수업 참여권이 보장될 전망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 27일 청각장애 학생에게 수어통역이나 문자통역 등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은 학교에 대해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해당 학생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감독기관인 교육청에도 관련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청각장애 학생이 입학을 앞두고 학교와 교육청에 통역 지원을 요청했지만 “직접 통역사를 구해 동행하라”는 답변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해당 학교는 통역사를 지원하는 체계가 없고 주말 수업 일정상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학생은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수어를 할 수 있는 가족과 함께 등교해야 했다.
인권위는 교육기관이 장애 학생의 학습 참여에 불이익이 없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예산을 미리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정은 지원을 거부할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시·청각 장애 학생에게 수어통역 등 의사소통 지원을 제공하도록 한 ‘장애인차별금지법’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또 수어통역 지원에 상당한 비용이 들더라도 학교가 관련 기관과 협력해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감독기관인 교육청 역시 예산 확보를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송통신중학교 등 일부 성인 대상 교육기관에서는 장애 학생 지원 체계가 미흡해 통역사가 없는 경우 수업 참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반복됐다. 출석 수업이 의무인 교육 과정에서는 통역이 없으면 사실상 학습권이 박탈되는 셈이다.
이번 권고로 교육기관이 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편의를 사전에 마련하지 않은 채 개인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학교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장애 학생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