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천만? 꿈도 못꿨어요…지금도 어리둥절” 제작사 임은정 대표

1200만 ‘왕사남’ 임은정 대표 인터뷰
CJ ENM서 독립해 만든 첫 영화 ‘잭팟’
“첨엔 목표치 넘자 예상과 다르다 생각”
“좋은 사람, 뜻 모여 좋은 결과 증명 기뻐”

 

임은정 온다웍스 대표는 11일 서울 종로 모처에서 이뤄진 인터뷰를 통해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정말 감사함 밖에 없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6일 2년여간 이어진 한국 영화의 ‘천만 공백기’를 깼다. 12일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영화는 전날 1200만을 돌파했다. 영화는 개봉 당시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 작품이자, 단종을 주인공으로 다룬 첫 영화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럼에도 ‘천만’이란 숫자는 누구보다 작품의 흥행을 바라 온 제작진조차도 상상도 못 한 결과다.

“천만의 꿈을 품기에는 어려운 시기잖아요. 지금도 어리둥절해요. 정말 감사함 밖에 없어요.”

고사 위기의 한국 영화에 ‘희망의 불씨’를 틔운 이 영화의 탄생에는 제작사 온다웍스의 임은정 대표가 있다.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는 그가 제작자로서 만든 첫 영화다. 시작과 동시에 ‘잿팟’을 터트렸으니, 자신도 여전히 믿기 어려울 정도다.

11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임 대표는 “장항준 감독과 손익분기점(230만)의 두 배가 되면 참 좋겠다는 바람을 나눴었는데, 정작 개봉일 숫자를 보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겠더라”면서 “마음을 졸이다가 갑자기 훌쩍 목표치를 넘었을 땐 ‘어? 이거 우리가 생각한 거랑 너무 다르게 가는데?’란 생각에 기쁘면서도 얼떨떨했다”라고 했다.

임 대표는 그간 CJ ENM에서 10년간 영화 기획제작과 투자 업무를 맡다 지난 2023년 온다웍스를 차리고 독립했다. ‘왕사남’은 임 대표가 CJ ENM 재직 시절에 만난 시나리오다. 황성구 작가와 2019년부터 같이 기획을 시작해 2020년도에 초고가 나왔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당시 회사에서 제작까지 가지는 못했다.

이후 제작자로 독립한 임 대표는 그렇게 깊은 잠이 들었던 ‘왕사남’을 다시 꺼내 들었다. ‘새로운 사극’에 대한 확신이 제작자로서 그의 마음을 이끌었다.

“시나리오가 중단됐을 때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5년 안에 도전해서 꼭 만들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어요. ‘궁궐 사극’이 아닌 ‘민초 사극’은 대한민국 사극에서 많이 볼 수 없는 이야기잖아요.”

단종이란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엄흥도란 인물이 그려내는 감동과 웃음의 스토리텔링은 영화의 흥행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임 대표는 처음 기획을 시작했을 때 엄홍도의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했고, 시나리오가 점차 발전하면서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단종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임 대표는 “엄흥도가 갖고 있는 딜레마가 재미있겠다고 단순히 생각했다가, 너무나 정통성이 분명한 어린 왕을 통해서 ‘어른이 지켜줘야 하는 다음 세대의 미래’, ‘우리가 지키지 못한 가치관’이란 서사까지도 풍부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무엇보다 엄흥도와 단종의 이야기를 통해 사극은 타깃이 한정돼 있다는 통념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2023년 여름 각색한 시나리오를 들고 공동 제작사인 비에이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다. 그리고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투자 업무를 하면서 그는 오래전부터 각본가이자 ‘기억의 밤’(2017) 등으로 남다른 연출력을 보여준 장 감독을 ‘마음 속에 저장’해 뒀던 터였다. 하지만 그의 첫 제안은 거절당했다.

“장 감독님이 ‘리바운드’(2023) 이후에 성공하는 영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거절) 이유였어요. 저희 영화는 사극인 데다 심지어 비극이잖아요. 그런데 저도 제작자를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만약 영화가 잘 안됐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고, 그 다음은 무조건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것 같아요.”

포기는 없었다. ‘만들어지면 너무 좋은 영화가 될 것’이란 업계 친구의 응원이 힘이 됐다. 그는 장 감독에게 또 한 번 직접 연출을 제안했고, 승낙을 받아냈다. 그렇게 뜻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영화가 완성됐다. 임 대표는 영화를 제작하며 함께했던 박윤호 PD가 했던 말이 ‘예언’이 된 것 같다며 곱씹었다. 기대치 않았던 흥행에는 결국에 사람이 있었다.

“박 PD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좋은 사람들이, 좋은 뜻을 가지고 만나서 만들면 결과도 좋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요. PD님의 그 말이 예언이 되서 이렇게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잘될 것이란 마음으로, 모든 의견이 유연하게 아이디어로 발전해 반영되는 현장을 보면서 ‘아 영화 잘될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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