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면 바보”…연 1.7% 학자금 대출로 ‘빚투’ 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시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저금리의 학자금 대출을 활용해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확산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학생 이모(25) 씨는 생활비 대출로 받은 200만원과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합쳐 가상자산에 투자했다. 주변 동기들이 대출 자금으로 투자에 뛰어들어 수백만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남들 다 하는 저금리 생활비 대출을 안 쓰면 나만 바보가 되는 기분”에서였다. 그러나 이씨는 결국 투자금의 약 70%를 잃고 현재 물류센터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출금을 갚고 있다.

이처럼 학업 지원 목적의 학자금 대출이 투자 자금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은 등록금 대출과 생활비 대출로 나뉘며, 생활비 대출은 주거비·식비·교통비 등 학업 수행에 필요한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해 제공된다. 올해 1학기 기준 생활비 대출은 학기당 최대 2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저금리 학자금 대출을 투자에 활용하라는 글이 화제다. 지난 1월 한 네이버 투자 카페에 “연 1.7% 이자로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투자에 쓰는 게 어떻겠냐”는 글이 올라오자,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당장 하라”, “1.7%짜리 대출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땡기는 거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실제로 일부 학생들은 이를 ‘레버리지 투자’의 형태로 실행하고 있다. 대학생 강모(23) 씨는 2021년 가상자산 시장이 급등하던 시기 학자금 대출을 활용해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상환 기간이 길고 금리가 낮아 하나의 금융 도구라고 생각했다”며 “현재는 대출금 일부를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조모(21) 씨 역시 600만원을 대출 받아 400만원을 금 관련 자산에 투자했고, 약 180만 원의 수익을 냈다. 그는 “예금만 해도 금리 차익이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친구들에게도 이런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섣불리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떠안은 사례도 적지 않다. 대학생 김모(24) 씨는 생활비 대출로 받은 200만원을 2차전지 관련 종목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금의 절반가량을 잃었다. 그는 “이자가 낮아 가볍게 생각했지만 손실이 나니 심리적 부담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취업 준비 중인 박모(26) 씨는 생활비 대출과 은행 비상금 대출, 증권사 신용융자까지 이용해 약 1500만원 규모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담보 유지 비율이 무너져 일부 주식이 강제로 매도되는 ‘반대매매’를 겪었고 대부분의 투자금을 잃었다. 그는 “저금리 대출이라 가볍게 시작했지만 시장이 흔들리자 그 낮은 금리조차 큰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자금 생활비 대출 규모와 연체 규모도 최근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생활비 대출 공급 규모는 2021년 5450억원(25만9351명)에서 2025년 8506억원(29만4383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 중 생활비 대출 연체 규모도 192억원(4271명)에서 387억원(8126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레버리지 투자 확산에 대해 경고한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대는 위험 선호도가 높아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게 나타난다”며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기대한 수익보다 손실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투자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대출을 활용한 투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오래 버티기 어렵다”며 “투자는 대출이 아닌 여유 자금으로 경험을 쌓으며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