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기업 해외법인 세금 특혜 폐지로 적자재정 메꾼다”

캘리포니아(가주) 주정부가 연방정부의 대규모 예산 삭감과 주 재정 적자 압박 속에서 다국적 기업에 제공해 온 세금 혜택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매년 수십억 달러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가주의회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다국적 기업이 해외 자회사 수익을 주 세금 계산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른바 ‘워터스 엣지(Water’s Edge)’ 세금 규정을 폐지하는 법안(AB 1790)을 추진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 이 규정은 기업이 세금을 신고할 때 해외 자회사 수익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대표적인 기업 세금 혜택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법안을 발의한 가주 하원 데이먼 코널리 의원(민주) 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들의 세금 부담은 사상 최저 수준인데, 캘리포니아는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조차 재원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이 장기적인 재정 해법을 찾을 때”라고 말했다.

가주는 현재 약 180억 달러 규모의 재정 적자에 직면해 있으며, 최근 연방정부의 의료·복지 관련 예산 삭감까지 겹치면서 재정 압박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규정이 폐지될 경우 가주가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주 의회 분석에 따르면 구체적인 규모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수십억 달러’ 수준의 세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워터스 엣지 제도가 매년 약 30억 달러 이상의 세수 감소를 초래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제도는 다국적 기업이 해외 법인에 이익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공화당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가주 상원의 로저 니엘로 의원(공화)은 “같은 소득에 대해 여러 국가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이중 과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가주는 이미 기업 친화적이지 않다는 평판이 있는데 이런 정책은 기업 유치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금 인상이나 세제 변경 법안은 가주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지만, 가주 의회는 현재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공화당 동의 없이도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다만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뿐 아니라 중도 성향 의원들의 지지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주에서는 이와 별도로 연방 예산 삭감으로 인한 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억만장자 세금’도입을 추진하는 주민발의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 안은 가주 내 억만장자들에게 일회성 5%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워터스 엣지 제도 폐지 논쟁이 올해 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가주 조세 정책의 핵심 쟁점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황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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