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우수시설은 고작 38% 뿐
‘일당 정액수가제’ 수급 문제 원인
임대료 다 다른데 같은 금액 지원
“귀속 임대료는 비급여 분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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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한 재활요양원의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을 케어하고 있다. [연합] |
#.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근처 요양원에 입원시키려 알아보다가 6개월~1년은 대기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A씨는 “하루하루 어머니를 돌보는 게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마음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라며 “지방이나 근교 요양원이라도 알아봐야 하나 고민중”이라고 토로했다.
#. 서울에 사는 B씨는 지난해 12월 아버지를 지방에 있는 요양원에 입소시켰다. 차로 2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어서 고민했지만 새로 세워진 건물이라 시설이 좋은 데다가 자연과 어우러진 점 등을 보고 해당 요양원으로 결정했다. B씨는 “집 근처 요양원과 끝까지 고민하다가 시설이나 서비스 등이 중요할 것 같아 좀 멀지만 괜찮은 곳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노인 요양시설 입소 정원이 매년 8% 넘게 늘고 있지만, 대도시의 높은 땅값을 감당하지 못한 우수 시설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지역별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귀속 임대료를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해 대도시에도 안정적인 시설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노인요양시설의 지역별 질적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수급 불균형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A등급 대기만 1년…‘품질 격차’가 부른 수급 불균형
노인요양시설의 입소 정원은 2008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8.4%씩 늘었다. 같은 기간 요양보호사 기준 최대 수용인원도 14.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수요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유효 공급’은 제약을 받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A(최우수)·B등급(우수)을 받은 시설은 38%에 그쳤다. C등급(양호)까지 포함해도 59%였다. 이런 시설별 품질 격차는 ‘좋은 시설이 아니면 입소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강화하면서 시설 간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 2024년 12월 기준 A등급 노인요양시설의 대기인원은 정원의 44%에 달했다. 입소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태다.
지역별 양적·질적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노인요양시설의 잔여정원(정원에서 현원을 뺀 값) 비율은 생애말기 고령인구수의 3.4%에 그쳤다. 정원 100명 중 이미 96~97명은 차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비해 충북(17.6%), 경북(15.8%), 전북(12.4%) 등 비대도시권은 상대적으로 잔여정원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또 한은이 시도별로 분석한 결과 면적당 생애말기 고령 인구수가 늘수록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체 노인의료복지시설 평가점수’는 줄어드는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이런 복합적인 수급 불균형 현상은 돌봄 가족 부담 확대, 비자발적인 다른 지역 이주 현상 등 사회적 비용을 키우고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우선 노양요양시설에 입소하지 못해 가족 돌봄을 하는 경우 제공자 삶의 질은 평균보다 2.7% 낮고, 주 10시간 이상 돌볼 경우 3.9%까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수요가 높은 대도시권 내 공급 부족은 고령자를 생활권에서 연고 없는 외곽 지역으로 내모는 비자발적 이주를 초래하기도 한다.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 원시자료에 따르면 장기요양 등급자의 노인요양시설 선택 기준에서 ‘거주지 간 거리’를 고른 비율은 19.5%로 시설 환경(30.1%)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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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요양원 월 1424만원 적자…부동산 규제에 막힌 도심 공급
보고서는 노인요양시설 수급 문제의 원인으로 ‘일당 정액수가제’를 꼽았다. 일당 정액수가제란 입소자의 장기요양등급과 이용 일수에 따라 모든 시설에 같은 금액을 주는 제도다. 과잉 서비스 제공이나 재정 팽창을 억제하는 동시에 서비스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 일당 정액수가제는 지역별 서비스의 질적 차이로 이어진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현행 제도에서 요양원은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만 설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 간 부동산 비용의 차이를 고려하면 지금과 같은 지역 비대칭 현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토지 또는 건물을 직접 소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으로서 지역별 임대료를 비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중대형 상가 임대료(1층 기준)를 보면 서울이 ㎡당 5만6000원으로, 경기(2만7000원)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상대적으로 대도시권의 운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임대료 차이를 반영해 추정한 결과 경남에서는 월 2017만원의 흑자를 내지만, 서울은 815만원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계산됐다. 서울 중에서도 강남은 월 1424만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했다.
지가가 10% 높을수록 잔여정원 비율은 2.3%포인트 감소한다는 추정도 있다. 부동산 비용이 많이 들수록 서비스 질이 저하되는 경향도 있었다. 지가 상위 50% 지역은 지가가 10% 높을수록 평가점수가 0.14점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 “귀속임대료 비급여 전환해야” 제언
한은은 지금과 같은 요양시설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제 체계를 정비하고 인센티브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민간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시령 경제연구원 과장은 “요양 서비스는 현행과 같이 공적으로 보장하되 토지·건물 소유에 따른 기회비용인 귀속 임대료(Imputed Rent)는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분리해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대도시의 높은 부동산 비용이 보전돼 도심 내 안정적 공급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이용자의 부담을 보완하기 위해 ‘사전 저축 제도’나 ‘주택연금 연계’ 등 방안을 병행하고 비용에 상응하는 질을 담보하기 위해 시설 이동 장벽을 보다 낮추는 제도적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벼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