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심박 센서, 식사 데이터 중심 관리
간병인은 이상징후 때나 야간만 케어
입소자:간병인 3:0.9목표…정서케어 확대
수석요양보호사 연봉 5200만원…이직률↓
토지주가 건물 소유…시설 장기 임대 방식
사람·기술에 투자하는 ‘마스터리스’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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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토 가즈히로 솜포(SOMPO)케어 해외전략실 시니어리더가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6 한·일 생명보험 지속가능 세미나’에서 ‘일본의 개호산업 현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모습. 박성준 기자 |
#. 도쿄 외곽의 한 요양시설. 밤이 깊어도 간병인이 문을 열고 들어와 생사를 확인하는 순찰은 없다. 침대 밑에 깔린 센서가 입소자의 심박수와 호흡 패턴을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간병인은 다른 방에서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확인하다가, 이상 징후가 포착될 때만 방을 찾는다. 한국 요양시설에서 통상 2시간 간격으로 야간 순찰을 도는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2024년 12월 한국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하면서 요양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의 고령화율은 2040년까지 32.9%로 치솟을 전망이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늘어도 서비스의 질은 담보하기 어렵고, 요양보호사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보다 10년 이상 먼저 초고령사회를 겪은 일본에서는 보험회사들이 직접 요양 사업에 뛰어들어 기술·인재·제도를 통합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 보험업계가 참고할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한일 생명보험 지속가능 세미나’에서 일본의 요양산업 현황이 공유됐다. 생명보험협회와 일본 국제생명보험진흥회(FALIA)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공동 개최한 이 행사에서 사이토 가즈히로 솜포(SOMPO)케어 해외전략실 시니어리더가 ‘일본의 개호산업 현황’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세미나 현장에는 국내 생보업계와 관계기관, 학계에서 70여명(22개 기관)이 참석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사이토 리더의 발표 후에는 마스터리스 방식의 실무적 적용 가능성, 부동산 가격 상승 시 대응 전략 등 구체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지기도 했다.
직접 요양 나선 보험사…데이터 중심·저인력화
일본 대형 손해보험사인 SOMPO홀딩스는 애초 자동차보험이 주력인 회사다. 하지만 핵심 사업을 ‘사람을 돌보는 영역’으로 넓혀 그룹 사업구조를 손보·해외보험과 생보·요양 두 축으로 재편했다. 2030년까지 요양을 포함한 웰빙사업을 전체 이익의 20%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런 목표의 핵심에는 SOMPO케어가 있다. 1997년 설립된 이 회사는 매출 1759억엔(약 1조5800억원)으로 일본 요양업계 2위, 시니어리빙(고령자 주거시설) 객실 수 약 2만8800실로 업계 1위다. 직원만 2만5000여명에 달하며, 입주율 95%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요양 시장은 규모만 보면 14조엔(약 126조원)으로 외식업과 맞먹는다. 하지만 대형 3사의 점유율이 5%에도 못 미칠 만큼 소규모 사업자 중심의 분산된 시장이다. 바꿔 말하면 대형 사업자에게는 성장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지난해 일본 생보업계 1위 일본생명이 최대 요양사업자 니치이학관을 인수한 데 이어, SOMPO그룹의 요양 확장까지. 일본 보험사의 요양 진출은 일회성이 아닌, 산업 전체의 거대한 물결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SOMPO케어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시설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접목해 요양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SOMPO케어는 요양 현장에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별도 연구소 ‘Future Care Lab’을 운영한다. 연구소의 대표적인 성과가 수면측정기다. 일본 파라마운트베드가 개발한 이 센서를 침대 밑에 설치하면 수면 상태, 호흡, 심박수가 자동으로 기록된다. 간병인은 다른 방에서 스마트폰으로 입소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낙상 위험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식사량부터 배변 패턴, 활동량까지 종합 분석해 건강 악화를 조기에 예측하는 ‘리얼데이터’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이를 통해 입소자 대 간병인의 인력 비율을 3대 0.9까지 줄이는 연구가 진행 중인데, 핵심은 줄어든 업무 시간을 입소자와의 정서적 교감에 더욱 집중하는 것에 있다. 별도의 식사연구소 ‘FOOD LAB’도 눈에 띈다. 씹기·삼키기 기능이 떨어진 입소자를 위해 영양과 맛을 모두 살린 맞춤형 메뉴를 직접 개발하기도 한다.
사이토 리더는 “한국에서는 종업원들을 늘리는 제도 설계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게 지속해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일본은 계속해서 사람이 적어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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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처우 개선…‘자립 지원’ 철학 차이도
요양 산업에도 대기업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요양 현장을 바꿀 수 없다. 결국 돌봄은 사람의 일이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어서, 요양업계 평균 이직률은 20%대에 달한다. 급여가 낮고 근무 환경이 열악한 탓에 기피 업종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다. 솜포케어는 이 이직률을 11.4%까지 끌어내렸다.
비결은 파격적인 처우개선이다. SOMPO케어는 ‘개호 프라이드 마이스터’라는 인증 제도를 만들어 숙련 요양보호사를 전문직으로 대우한다. 최고 등급인 ‘케어컨덕터’(현장을 지휘하는 수석 매니저급)의 연봉은 545만엔(약 5200만원)으로, 간호사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모든 요양보호사가 이 수준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면 이만큼 받을 수 있다’는 경력 경로를 보여준 것 자체가 현장의 동기부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사이토 리더의 설명이다.
2016년 도쿄에 기업 내 대학 ‘SOMPO케어 유니버시티’를 설립해 연간 6만9000명 이상이 연수를 받고 있으며, 매년 대졸 신입 150명을 요양보호사로 채용한다. 키자니아 도쿄에 요양직 체험관을 운영하고 ‘SOMPO형 어린이식당’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요양보호사를 ‘동경하는 직업’으로 인식시키려는 장기 전략도 펼치고 있다. 일본 국내 인력만으로 한계에 부딪히자 인도 국가기능개발공사(NSDCI)와 손잡고 인도인 간호인력 교육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기술이나 인재 못지않게 요양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차도 있다. 일본 개호보험법 제1조는 ‘존엄 유지, 자립적 일상생활 영위’를 최우선 원칙으로 내세운다. 반면 한국 장기요양보험법은 ‘가족 부담 경감’도 목적에 포함한다. 법 조문의 한 줄 차이가 현장을 바꾸고,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쳐 기술 도입의 맥락도 바꾼다. 일본에서 수면센서는 ‘자립을 돕는 도구’다. 입소자의 자율적 생활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안전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사이토 리더는 이런 일본의 변화에 대해 “예전에는 일본에서도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나면 시설의 책임이 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고령자 옆에 항상 붙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내가 가고 싶을 때 내 발로 걸어가도록 하고, 화장실 근처까지만 스스로 가게 하자’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설을 돌아본 경험도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되도록 요양사가 옆에 붙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입소자의 2배 이상 직원이 필요한 구조인데, 그렇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있겠느냐.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운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땅에 묶인 韓·빌리는 日…자산 경량화 해법
한국 요양 산업에서도 보험사의 역할은 아직 크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 요양시설을 세우려면 토지와 건물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초기 투자 부담이 크다 보니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다. 사이토 리더는 이 점을 직접 지적하며 일본의 ‘마스터리스’ 모델을 소개했다.
마스터리스는 토지 소유주에게 건물을 짓게 한 뒤, 운영사가 통째로 장기 임대하는 방식이다. 솜포케어는 이 방식으로 400개 이상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건물 설계 단계부터 방 크기, 복도 폭 등을 요구해 맞춤형으로 짓고, 완공 후 통째로 빌려 쓴다. 토지 소유주는 장기간 안정적 임대 수익을, 운영사는 초기 투자 없이 시설을 확보하는 구조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사이토 리더는 “수익에 맞지 않으면 시설 자체를 이전한다”고 답했다. 입소자는 근처 자사 시설에 분산 배치하고, 흡수가 어려우면 다른 회사에 인수인계한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요양시설을 폐지할 때 반드시 인수인계해야 하는 제도가 있어 ‘돌봄 방치’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에 자본을 묶어두는 대신 사람과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로, “한국에서도 이런 방식이 가능해지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사이토 리더는 제언했다.
한국은 일본보다 초고령사회 진입이 늦지만, 고령사회(14%)에서 초고령사회(20%)까지 걸린 시간은 7년에 불과하다. 일본(13년), 독일(37년)보다 짧고,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속도다. 일본이 20년 넘도록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도·인재·기술의 통합 모델을 쌓아온 만큼, 한국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사이토 리더는 세미나 끝에 노년의 존엄한 삶과 죽음을 그린 한국 영화 ‘소풍’의 한 장면을 소개하면서 “이것은 단순한 불행의 이야기가 아니라 매일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에서나, 사고방식에서나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며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으면, 이런 현실에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