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출하부터 원료 하역·배터리 소재 보관까지
철강 도시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공급망
연간 1억3000만톤 처리
플로우케이로 2차전지 특화 창고 첫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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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광양제철소 제품부두에서 철강 제품을 대형 벌크선에 선적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플로우 제공] |
[헤럴드경제(광양)=정경수 기자] 부두 끝에 정박한 거대한 선박 옆으로 노란색 대형 크레인이 천천히 움직인다. 철강 코일을 들어 올린 크레인이 선박 화물칸 위에서 잠시 멈추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멀리서는 컨베이어 벨트가 쉼 없이 돌아가며 검은 석탄을 실어 나른다.
쇳물을 만드는 제철소의 풍경은 익숙하지만, 그 뒤에서 원료와 제품의 흐름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시스템이 있다. 포스코그룹 물류 자회사 포스코플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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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플로우 철강 물동량 |
전남 광양제철소는 흔히 ‘하나의 도시’로 불린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제철소다. 내부를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만도 수십 분이 걸릴 만큼 규모가 크다. 이 거대한 산업 도시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철강 생산만으로는 부족하다. 원료는 바다를 통해 들어오고 완성된 철강은 다시 전국과 해외로 나간다. 포스코플로우는 바로 이 흐름을 담당한다.
2003년 설립된 포스코플로우는 광양에 본사를 둔 포스코그룹 물류 기업이다. 철강 원료 수입부터 제품 출하까지 그룹 물류 전반을 맡으며 연간 약 1억3000만톤의 물동량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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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광양제철소 제품 창고에서 무인 크레인이 철강 코일을 들어 올려 트레일러에 상차하고 있다. [포스코플로우 제공] |
포스코플로우의 역할은 크게 두 갈래다.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강 제품을 고객사로 내보내는 출하 물류와, 석탄·니켈광 같은 원료를 광양항으로 들여와 보관·가공·반출하는 CTS(대량화물유통체제) 사업이다.
광양제철소 내 제품창고에는 공장에서 생산된 철강 코일이 두루마리 형태로 줄지어 보관돼 있다. 창고 천장에는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철강 코일의 이동과 적재 작업을 수행한다. 이 설비는 운전석 없이 작동하는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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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광양제철소 제품 창고에서 무인 크레인이 철강 코일을 들어 올려 트레일러에 상차하고 있다. [포스코플로우 제공] |
트레일러 한 대가 지정된 위치에 멈추면 운송기사가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찍어 도착 처리를 한다. 그러자 창고 천장의 무인 크레인이 곧바로 움직인다. 별도의 조종실도, 현장에서 레버를 잡는 작업자도 없었지만 크레인은 정확히 코일을 집어 트레일러 위에 내려놓는다. 코일 하나를 싣는 데는 약 5분이 걸린다. 트레일러 한 대에는 보통 코일 2~3개가 실리며 큰 것은 개당 20톤 안팎이다. 작업이 끝나면 운송기사는 전국 각지의 고객사로 출발한다.
이곳의 무인화는 오래됐다. 제4냉연창고는 1998년 지어질 때부터 무인 크레인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이후 다른 창고들도 순차적으로 자동화됐고 현재 광양제철소에서는 후판 일부를 제외하면 71대의 크레인이 무인 체계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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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광양항 제품부두에서 크레인이 철강 코일을 들어 올려 선박에 선적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플로우 제공] |
다만 자동화 설비가 곧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상차 작업이 끝난 뒤 화물을 결속하고 상태를 확인하는 검수 과정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운송 기사가 결속을 서두르거나 대기 위치를 벗어나 움직일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창고 벽면에는 ‘10대 안전 철저 준수’ 문구가 붙어 있었고 작업 구역 외곽에는 하얀 실선을 그어 작업자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었다.
광양제철소 제품 출하 비중은 해송 53%, 트럭 44%, 철송 3% 수준이다. 포항제철소는 주변 연관단지와 가까워 고객사로 바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광양은 남단에 있어 울산·당진·수도권 등으로 장거리 운송이 많다. 이 때문에 제철소 밖 운송사 하치장에 제품을 보내고 다시 고객사로 2차 운송하는 구조가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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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부두에선 창고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부두 바닥에는 노란색과 파란색 선이 촘촘히 그어져 있다. 파란색은 작업자 안전통로, 노란색은 팔레트와 자재 적치 구역이다. 약 2㎞에 달하는 부두 전역에 이런 선을 그어 작업자와 장비의 동선을 분리해 놓았다.
팔레트에는 추락 방지를 위한 핸드레일이 설치돼 있고 바닥 틈이 생기는 구간에는 보조 장치를 덧대 작업자가 빠지지 않도록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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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광양항 제품부두에서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철강 코일을 선박에 선적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플로우 제공] |
선박 옆에는 노란색의 거대한 부두 하역 크레인(BTC)이 서 있다. 크레인은 철강 코일을 집어 선박 화물칸으로 옮기는 작업을 반복한다. 선박 장비보다 속도와 안전성, 관리 측면에서 유리해 부두 설비를 주로 사용한다. 5만톤급 선박 한 척에 코일과 후판 등을 싣는 데는 보통 2~3일이 걸린다.
이곳 역시 24시간 운영된다. 다만 창고와 달리 부두 하역은 정밀 작업과 현장 변수 때문에 여전히 사람이 직접 조작하는 영역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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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광양항 제품부두에서 크레인이 철강 코일을 들어 올려 선박에 선적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플로우 제공] |
로로부두는 일반 부두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로로선은 평택 거점 물류단지로 향하는 선박이었다. 코일이 굴러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카세트’라는 대형 적재 장비에 포장된 코일을 싣는다. 카세트 한 개에는 코일 2~5개가 들어가고 선박 한 척에는 최대 76개가 적재된다.
로로선은 차량이 카세트를 싣고 선박 안으로 직접 들어갔다가 나오는 방식이라 크레인이 필요 없다. 선적 시간이 짧고 비가 와도 작업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최두환 포스코플로우 리더는 “출하 현장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돌아가 3조 2교대 체제로 운영된다”며 “모든 작업에서 안전 수칙을 최우선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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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광양항 CTS 사업장에서 대형 리클레이머 설비가 야드에 보관 중인 석탄을 불출하고 있다. [포스코플로우 제공] |
광양항 CTS 사업장에는 철강 대신 거대한 석탄 더미가 펼쳐진다. 컨베이어 벨트가 쉼 없이 돌아가며 석탄을 야드로 옮긴다.
광양 CTS는 해외에서 들여온 석탄과 니켈광을 하역·보관한 뒤 발전소와 산업체로 공급하는 물류 시스템이다. 1980년대 발전소들이 자체 반입·보관 시설 없이 출범하면서 광양제철소의 항만 인프라를 활용해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는 남동발전, SGC에너지, 한화에너지, OCI SE, 일본 시멘트 회사 등으로 공급처가 확대됐다.
대형 화물선이 드나드는 7선석 부두에는 초록색 대형 구조물이 보이고, 컨베이어벨트 소리는 옆사람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크다. 작업자들은 귀마개를 필수로 착용한다.
7선석은 포스코플로우가 운영하는 부두로 접안 능력을 2023년 8만5000톤급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기준 니켈광 270만톤, 석탄 250만톤을 취급했다.
핵심 장비는 연속식 선박 하역기인 CSU다. 물레방아처럼 회전하는 버킷이 화물을 연속으로 퍼 올리면 벨트컨베이어를 통해 야드로 보내고 스태커가 이를 쌓는다. 반대로 리클레이머는 야드의 화물을 다시 퍼 올려 반출부두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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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플로우 CTS 원료 물류 프로세스 |
현장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안전 관리다. 매일 다음날 수행되는 작업 내용과 위험 요인을 공유하는 ‘D-1 안전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관계사를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결과와 예방대책에 대해 교육을 반복한다. 현장에서 위험이 확인되면 작업을 중단하고 조치한 뒤 재개하는 ‘선안전 후작업’ 원칙도 적용한다. 안전 수칙을 잘 지킨 협력사와 작업자를 포상하고 24시간 순찰 체계도 운영한다.
설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제품부두에는 자동 후크 해지 장치와 신소재 슬링벨트, 보조 팔레트 등을 도입해 작업 중 떨어짐 사고 등 중대재해 예방활동을 수행 중이다. CTS 현장에서는 열화상 CCTV로 석탄 온도를 감시하고 반입 후 72시간 이내 복포 작업, 포그 장치와 로드스위퍼로 화재와 비산먼지를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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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전남 광양항 배후단지에 위치한 플로우케이 물류센터에서 지게차와 리치스태커가 화물을 하역·이송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
마지막으로 지난해 12월 준공됐지만 인허가 절차를 거쳐 지난 10일 처음 운영을 시작한 물류센터 ‘플로우케이’를 찾았다.
창고 앞 야드에는 ‘유해화학물질’ 스티커가 붙은 25톤 윙바디 트럭이 들어왔고, 적재함에는 하얀 톤백에 담긴 고순도 니켈이 실려 있었다. 지게차가 약 1톤짜리 톤백을 하역하자 화물은 검수를 거쳐 보관 구역으로 이동했다. 단기 물량은 컨테이너째 야드에, 장기 보관 물량은 창고 내부로 옮겨진다.
배경원 플로우케이 팀장은 “2차전지 소재의 약 70%가 법적으로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된다”며 “환기·누수·수분 관리까지 고려해 창고를 설계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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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전남 광양항 배후단지에 위치한 플로우케이 물류센터에서 지게차와 리치스태커가 화물을 하역·이송하고 있다. 정경수 기자 |
유해화학물질 보관 구역은 약 2100평 규모로 최대 5000개 팔레트를 보관할 수 있다. 화물은 랙에 보관하며 각 단위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안전을 위한 투자였다.
또한 300평 규모 위험물 저장 구역도 마련돼 최대 570개 팔레트를 보관할 수 있다. 스위치와 CCTV, 조명은 모두 방폭 설비로 구축 했고, 액체 유출 시 트렌치로 모아 처리하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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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전남 광양항 배후단지 플로우케이 물류센터 야드에서 고순도 니켈이 담긴 톤백 화물이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 정경수 기자 |
플로우케이는 광양 율촌산단에 모여 있는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을 위한 물류 거점이다. 그동안 전문 보관 시설이 부족해 기업들이 주변 창고에 화물을 나눠 보관하기도 했다.
현재 연간 처리 물동량은 약 4만TEU로 예상되며 향후 최대 9만TEU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안선 플로우케이 대표는 “광양항이 2차전지 특화 항만으로 성장하면 관련 물류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소재 보관부터 출하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해 안전과 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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