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업대출 1949조…전년비 2%↑
13% 성장세 보였던 4~5년전보다 둔화
PF구조조정·신용리스크 대출문턱 높아
대출 막힌 기업 ‘비차입성 부채’ 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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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적 금융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작년 국내 기업대출 증가율은 2% 수준에 그쳐 최근 5년새 6배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된 기업들이 결제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신용카드를 활용하거나 주가수익스와프(PRS) 등 대체 수단을 선택하는 사례도 최근 2년 사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3월)’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대출은 1949조원으로 전년(1908조원)보다 2.2% 증가한 데 그쳤다. 기업대출 증가율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13.4%를 기록했지만, 2023년 5.2%로 둔화된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권별로 보면 비은행권 대출은 0.1% 감소한 반면 은행권 대출은 3.2% 증가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과 신용위험 확대가 겹치며 금융기관들이 대출 태도를 전반적으로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작년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태도(연간 평균)를 보면 대기업은 -0.5에서 0으로 개선되며 완화 우위로 전환됐다. 해당 지수는 양(+)일수록 대출 완화 응답이, 음(-)일수록 대출 강화 응답이 많다는 의미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2.75에서 -5.75로 하락해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대출이 막힌 기업들은 비차입성 부채를 활용해 자금 조달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기업들이 주가수익스와프(PRS)를 활용한 규모는 2023년까지 1조원에 못 미쳤지만, 2024년 4조7000억원, 2025년 13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PRS는 기업이 보유 주식을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맡기고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을 공유하는 대신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의 파생상품 거래다. 이와 함께 기업구매카드, 당좌수표 등을 활용한 상거래 기반 유동화 규모도 지난해 13조7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최근 업황이 부진한 업종을 중심으로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졌다. 주가수익스와프는 석유화학과 전기전자(2차전지) 등 업황이 악화된 업종을 중심으로 활용이 확대됐으며, 신용등급별로는 비우량기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거래 기반 유동화 역시 석유화학, 건설, 전기전자 업종에서 높은 비중을 보였다. 신용등급별로는 주가수익스와프에 비해 비우량기업 비중이 낮지만, 일반 기업어음(CP)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다만 한국은행은 비차입성 부채가 자금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신용위험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거래 기반 유동화는 실질적으로 단기 차입 성격임에도 재무제표상 차입금으로 반영되지 않아 재무건전성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 주가수익스와프 역시 기초자산 가격 하락 시 기업이 손실을 부담해야 해 실적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러한 부채가 취약 업종이나 비우량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관련 부채의 부실이 촉발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산업 전반의 자금 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한은은 “특히 중동 상황 장기화 등으로 유가 불안이 지속될 경우 취약 업종 가운데서도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며 “관련 기업의 재무 상황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