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원 학원 다니는 애들 못 이겨요” 선행 못한 초6, 중학생이 두렵다 [사라진 하위권]

사라진 하위권 : 출석부에서 이탈한 아이들
③초등 6학년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유
중학교 첫 시험서 좌절하는 하위권


등교하고 있는 중학생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전새날 기자] 교육계에선 ‘중학교 공포증’이란 말이 회자된다. 지금의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 세대다. 수행평가는 있지만 성적으로 순위를 매기진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도 누군가는 엄마 손에 이끌려 학원에 다니고, 어떤 아이들은 그저 시간만 보낸다. 기초학력을 다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은, 첫 시험을 보고 나서야 좌절을 맛본다.

“어차피 지금 시작해도 60만원짜리 학원 다니는 애들을 못 이겨요. 중학교 가면 매일 시험 본다는데 차라리 안 가고 싶어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전성민(가명) 군은 주 2회 이상 지각을 반복하고 있다. 수업 시간에는 멍하게 앉아 공책에 의미 없는 낙서만 채운다. 상담 결과 드러난 원인은 단순한 학교 부적응이 아니었다. 자신이 ‘출발선에서 밀려났다’는 절망에 가까운 상태로 진단됐다. 친구들은 학원에서 어디까지 먼저 배웠는지를 두고 자랑할 때, 자신은 그저 방치된 감각이 그를 괴롭혔다. 전군의 맞벌이 부모는 워낙 바빠 아들을 챙길 여력이 없는 처지.

학교 현장과 교육계에서 공통으로 지목하는 중·하위권 학생의 조기 이탈 ‘분기점’은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전환기인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시기다. 초등학교 6년의 일부를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서 보낸 아이들 가운데 일부는 누적된 돌봄 공백, 학습 결손 상태에서 중학교 첫 시험을 만나면서 좌절이 시작된다. 수업은 따라가지 못하고, 친구들과 관계를 만들기도 어려워 한다. 결국 학교를 떠나려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초등학교에 번진 ‘중학교 공포증’


헤럴드경제는 학생들을 상담하는 위(Wee)센터 협조를 받아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상담 기록을 살폈다.

중학교 1학년인 최수아(가명) 양은 선행학습을 마친 친구들 사이에서 대화에 끼지 못하며 위축돼 상담실을 찾았다. 초등학교 때는 평가 부담이 없어 자신의 수준을 몰랐지만 중학교 진학 후 친구들과의 격차를 실감하며 심리적으로 무너진 사례다. 상담 기록에는 “학원 다니는 애들은 다 아는데 나만 바보 같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남았다.

Wee센터 임상심리사 A씨는 이를 중학교 공포증이라 명명했다. A씨는 “예전엔 교복 입는다고 설레던 아이들이 이제는 ‘가서 들러리 설까 봐 무섭다’며 운다”며 “학교가 배움터가 아니라 자신의 실패를 확인하러 가는 잔인한 장소가 되어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WEE센터 상담 사례 재구성


그렇게 전환기를 지난 하위권 학생들에게선 무기력이 드러난다. 중학교 2학년 이민기(가명) 군의 사례를 살펴보면 초등 고학년 내내 돌봄 공백 속에 밤새 게임을 하던 습관이 굳어져 학교에선 온종일 잠만 잔다. 학습 무기력이 출결 불안으로 직결된 모습이다.

청소년 심리상담사 정모 씨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 중학교에 들어가 맞이한 첫 시험에서 무기력을 느끼고 급격하게 포기하는 경향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부모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사교육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교육비 지출 초등 6학년으로 몰려


부모들의 불안은 데이터로 증명된다. 최근 사교육 지출 구조가 초등학교 6학년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다. 우리 아이가 중학교 공부를 잘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부모들의 부담감이 반영돼 있단 평가다.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도 29조2000억원에서 27조5000억원으로 줄었고, 사교육 참여율도 80%에서 75.7%로 낮아졌다. 그러나 유독 초등학교 6학년만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0% 이상 증가했다. 중·고교를 통틀어서도 사교육비 총액이 증가한 학년은 초등 6학년뿐이다.

교육부의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자료=교육부]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교육과정 차이가 있어 새로운 학교급을 준비하는 측면에서 6학년 사교육비 증가가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육업체에서는 중학교부터 입시가 시작된다는 두려움, 학업 난이도가 급상승한다는 점 등을 초등 6학년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교과서 검정업체에 재직 중인 B씨는 “중학교부터 시험을 보고 성적이 공개되는 순간 ‘내 아이가 뒤처질 수 있다’는 마음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첫 시험 후 ‘포기’…심리적 학교 이탈에 돌입하는 아이들


교육 현장에서는 입을 모아 중·고등학교에서 심화하는 ‘물리적 이탈(자퇴)’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무력감을 겪은 중·하위권 학생들은 학교라는 공간 자체를 밀어내기 시작하는 ‘심리적 학교 이탈’ 상태에 돌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남의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9년 차 교사 류모 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기까지 평가 구조가 약한 상태에서 중학교 2학기 첫 시험을 계기로 격차가 확 벌어진다”며 “상위권은 이미 사교육을 통해 경쟁하며 단련돼 있지만 학교 공부가 전부였던 학생들은 처음 마주한 시험에서 40~50점을 받고 ‘나는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아예 손을 놓아버린다”고 설명했다.

기초학력 업무를 담당하는 수도권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초등학교 6학년은 학습 내용이 전보다 어려워지면서 격차가 심화하는 학년”이라며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초등 교과서에서는 버티지만 중학교처럼 글밥(책에 든 글자 수)이 많고 어휘가 어려워지면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기 초 진단평가 뒤 필요한 학생에게 보충수업을 권하지만 6학년쯤 되면 기초 방과후 수업에 다니는 걸 창피하게 느끼거나 그냥 공부를 더 하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강원도 초등학교 교사 성모 씨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은 이미 학습된 무기력이 자리 잡아 교사가 아무리 권해도 보충수업을 열이면 열 거부한다”며 “이 아이들에게 공부는 이미 어렵고 피하고 싶은 것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에 학교 자체를 가기 싫어하게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6년, 사라진 하위권]
2020년-2026년. 초등 6학년이었던 아이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성장한 시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학교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팬데믹의 터널을 거치면서 교실을 떠난 학생들이 있었다. 사교육과 돌봄으로 ‘공백’을 메우지 못한 이들이다. 단순히 점수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하위권의 이탈, 빨라진 포기의 순간.
헤럴드경제는 팬데믹 세대의 교실 안팎에서 벌어진 균열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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