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당 1250원…최소 2배 껑충
AI 반도체 수출 늘며 물류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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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수출 화물을 싣는 화물비행기 뒤로 석양이 지고 있다. [헤럴드DB] |
중동 전쟁 여파로 항공 화물 비용이 급등하고 있다. 바닷길이 막히고 항공편 수가 줄면서 항공 화물 수요가 늘어난 데다, 항공유 가격까지 폭등하면서다. 중동 전쟁의 ‘도미노 효과’로 반도체·IT 수출을 확대하던 국내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4월 한국발 국제선 화물 유류할증료는 이달 대비 최소 2배, 최대 4배 이상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전달 싱가포르 현물시장(MOPS) 기준 항공유 가격을 기준으로 화물 유류할증료를 산정하는데, 중동사태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화물 유류할증료는 항공화물 운임에 별도로 붙는 연료비 변동 보전용 추가 요금을 말한다. 항공사들은 항공유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연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을 고려해 매달 유류할증료를 갱신해 책정한다. 국내에서 항공 화물 사업을 영위하는 대표 사업자는 대한항공으로, 대한항공은 유가에 따라 유류할증료를 35단계로 나눠 매달 첫 영업일에 이를 공지하고 있다.
다음 달 1일 공지될 화물 유류할증료는 이달 대비 최소 2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이 화물 부문보다 먼저 발표한 여객 유류할증료의 경우 평균 항공유 가격 갤런 당 326.71센트를 적용해 전달 대비 여객 유류할증료를 3배가량 올렸다. 같은 가격을 화물 운송에 적용할 경우, 20단계로 ㎏당 ▷장거리 1250원 ▷중거리 1170원 ▷단거리 1110원이 적용된다. 3월 적용됐던 9단계 ▷장거리 510원 ▷중거리 470원 ▷단거리 450원과 비교하면 거리와 상관없이 2배 이상 오르는 셈이다.
문제는 실제 화물 유류할증료 산정에 적용될 항공유 가격이 여객 대비 높다는 점이다. 여객 유류할증료 산정에 적용된 항공유 가격은 2월 16일부터 3월 15일까지의 평균값으로, 전쟁 이전 시점이 절반가량 포함돼 있다. 반면, 화물 유류할증료는 3월 1일부터 31일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만큼 중동 전쟁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달 항공유 가격이 갤런 당 500센트를 훌쩍 넘겼던 만큼 가장 높은 단계인 갤런당 470~479.99센트(35단계)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유류할증료는 ㎏당 ▷장거리 2260원 ▷중거리 2120원 ▷단거리 2020원으로, 거리와 관계없이 4배 이상 급등하게 된다. 항공사가 화주에게 적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유류할증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상한선에 도달한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며 “먼저 발표된 유류할증료는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앞으로 그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급증하는 항공유 수요에 맞춰 공급을 탄력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해 항공유, 휘발유, 경유 등을 생산한다. 항공유는 품질 기준이 까다롭고 변질 위험이 높아 장기 비축이 어렵고, 공급망 충격에 취약한 유종으로 꼽힌다. 또한 원유 정제 과정에서 일정 비율로 생산되는 구조여서 단기간 내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항공유는 정제 과정에서 일정 비율로 생산되기 때문에 특정 제품만 선택적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다”며 “유가 상승에 따라 공급 가격도 크게 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류할증료뿐만 아니라 항공 운임도 상승세다. 글로벌 항공 화물 운임 지표인 ‘발틱 항공화물 운임지수’는 지난 30일 기준 2396으로, 월초 대비 약 20%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해상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항공 운송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이란·이라크 등 중동 지역 영공 폐쇄까지 겹치며 화물 항공 적체도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늘길을 주로 이용하는 반도체·IT 업체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AI 발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 액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월 누적 인천공항 수출 금액은 658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338억불) 대비 94% 증가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전년 대비 3배 넘게 증가한 367억달러를 기록했다.
최지운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IT, 반도체 등 고부가 화물 중심의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해상 운송 차질에 따라 항공화물 수요를 추가적으로 자극할 가능성이 있고, 운송 리드타임 단축이 중요한 화주들을 중심으로 물량이 해상에서 항공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제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