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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에 게시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6달러대로 나타나 있다.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날 심리적 기준선으로 꼽히는 갤런 당 4달러를 넘어섰다. [heraldk.com]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던 휘발유 가격 안정이 전쟁 발발 한달여 만에 심리적 기준선인 갤런(약 3.78ℓ)당 4달러(약 6100원)를 넘어서며 2022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전쟁의 여파가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 내 휘발유 가격에도 미치면서 ‘경제 대통령’을 자임했던 트럼프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자동차협회(AAA)는 3월 31일(현지시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02달러라 발표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시장이 요동쳤던 2022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미국의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약 35%에 달한다. 주별로 보면 캘리포니아가 갤런당 평균 5.89달러(약 9000원)로 가장 높고 하와이(5.45달러), 워싱턴(5.34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가장 저렴한 오클라호마주의 가격은 평균 3.27달러다. 일부 카운티에서는 6달러를 상회하는 곳도 있다.
휘발유 값이 갤런당 4달러라는 것은 미국인들이 고물가를 피부로 느끼며 소비 행태를 바꾸는 등 심리적 기준선이라고 알려져 있다. 스탠퍼드대 경제정책연구소의 경제학자 라이언 커밍스는 블룸버그 통신에 “휘발유 가격이 1달러 오를 때마다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5% 더 부정적으로 느낀다”고 전했다.
다른 연료 가격도 상승세다. 이날 기준 디젤 가격은 갤런당 5.42달러(약 8200원)로, 이란 전쟁 전인 3.76달러에 비해 약 44% 상승했다. 디젤은 트럭과 화물열차 등에 주로 사용되는 연료여서,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비가 올라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휘발유 값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대부분의 주에서 가솔린 가격이 “갤런당 2.30달러 미만”이라고 자랑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해 기름값 치솟았던 것을 경제 실책으로, 이후 에너지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유가가 하락한 것을 본인의 성과로 내세우며 ‘경제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 근거가 휘발유 갤런당 4달러 돌파로 흔들리게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 기름값은 대통령 지지율과 반비례 관계였다며 전례를 상세히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1979년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까지 치솟자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2008년 여름에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 수준으로 급등하고, 금융위기가 몰아치자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휘발유 가격 갤런당 4달러 돌파 이후 상황에서 NYT가 실시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조사 결과는 없지만, 지난달 30일 메사추세츠대와 유고브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33%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료 가격 분석업체 가스버디(GasBuddy)의 분석가 패트릭 드 한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병목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평균 5달러까지 경신할 수 있다며, CNBC에 “이건 시간과의 싸움과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