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RO, 韓 올해 성장률 1.9% 유지했지만…물가 상향, 성장 둔화 경고

유가 상승 영향에 물가 2.3%…0.4%p 상향
통상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경기 하방 위험


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암로)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9%로 유지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0.4%포인트 상향 조정하며 성장 정체 속 물가 부담 확대에 따른 중동 리스크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다.

6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암로는 이날 ‘2026년 지역경제전망(AREO)’ 보고서에서 한국의 2026년과 2027년 성장률을 각각 1.9%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3월 연례협의 보고서와 동일한 수준이다.

암로는 한국 경제가 지난해 1.0% 성장에 그친 뒤 올해는 반도체 업황 개선과 추경 효과에 힘입어 반등할 것으로 봤다. 수출 회복과 재정 대응이 성장의 하방을 지지하는 구조라는 평가다.

다만 이번 전망의 핵심은 성장률 유지보다 리스크 경고의 강도에 있다. 암로는 “향후 하방 위험이 우세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역내 에너지 수급 차질, 미국의 관세 정책 재개 가능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유가 상승이 생산비용 증가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성장률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물가 상향 조정이다.암로는 한국의 2026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해 기존 1.9%보다 0.4%포인트 높였다. 성장률은 유지한 반면 물가만 올린 것으로, 성장 모멘텀은 약한데 비용 부담은 커지는 구조가 더 뚜렷해졌다는 의미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실질 구매력 약화와 비용 증가를 동시에 유발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경기 둔화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가 꺾이지 않는 ‘이중 부담’ 구조가 형성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세안+3 전체 경제도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역내 성장률은 2025년 4.3%에서 2026년과 2027년 각각 4.0%로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 등으로 대외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중심 투자 확대와 견조한 소비가 이를 일부 상쇄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암로는 AI 투자 확대를 상방 요인으로 보면서도, 기술 발전 속도 둔화나 투자 사이클 약화 시 성장세를 제약할 수 있는 변수로도 지목했다. 대외 변수뿐 아니라 기술 사이클 자체도 향후 경기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책 대응 필요성도 강조했다. 암로는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유연한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며 재정·통화정책을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해야 충격 대응 능력을 높이고 성장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망은 최근 다른 국제기구의 경고와도 맥을 같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26일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성장률을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낮췄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향 폭이다. OECD는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망 불안,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의 경우 전쟁이 길어질수록 생산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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