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막았다”… ‘트럼프 눈밖에 난’ 남아공, G20 재무장관회의 보이콧

재닛 엘런 전 미국 재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는 에녹 고동과나 남아공 재무장관 [주남아공 미국 대사관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미국의 강력한 거부권(비토) 행사에 가로막혀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이 무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양국 간의 정치·외교적 갈등이 결국 G20이라는 다자 경제 협의체 무대에서의 파행으로 번진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녹 고동과나 남아공 재무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엄연한 G20 회원국이지만 미국이 우리의 (회의 참석을) 승인하지 않았다”며 이번 워싱턴 회의 배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미국의 노골적인 조치에 남아공은 전면 불참이라는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고동과나 장관은 “올해 G20 행사에는 쉰다는 것이 남아공의 공식 입장”이라며 “의장국이 미국에서 영국으로 교체되는 오는 11월부터 G20 행사에 다시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갈등의 핵심 뇌관은 남아공이 과거의 인종 간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며 전격 도입한 ‘토지수용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을 사실상 ‘백인 차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남아공 내 백인 농부들이 핍박받고 살해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백악관을 찾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의 면전에서 백인 농부 학살 의혹을 직접 제기하며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면박을 주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남아공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를 전격 보이콧한 데 이어, 공공연하게 ‘남아공의 G20 퇴출’까지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과 배제 움직임에 남아공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의 핵심 회원국인 남아공은 올해 초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러시아, 이란과 함께 대규모 해군 합동 훈련을 강행하며 미국을 향해 사실상 ‘무력 맞불’을 놨다.

글로벌 경제 질서와 협력을 논의해야 할 G20 무대가 미국과 브릭스(남아공) 간의 지정학적 대결 및 신냉전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향후 국제 공조 체제에 상당한 균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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