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 제작 케이퍼필름)은 22일 하루 47만7601명을 모아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최근 흥행 정상을 지키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9만6555명)과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연평해전’(3만5492명)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암살’이 개봉 첫 날 가져간 스크린 수. 하루 1264곳에서 6246회 상영됐다. 전국 2300여 개 스크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이는 올해 한국영화 중 최다 스크린 수이자, ‘명량’(1586개), ‘군도: 민란의 시대’(1394개), ‘은밀하게 위대하게’(1341개)의 뒤를 이어 한국영화 가운데 역대 4번 째로 많은 스크린 수 기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인사이드 아웃’의 스크린 수는 흥행 1위를 꿰차고 있던 것이 무색하게도 150개 가량 줄었다. 스크린 수는 ‘암살’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상영횟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주말 들어 ‘암살’의 스크린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뒷 주자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연평해전’이 1013개 스크린을 가져가 올해 한국영화 최다 스크린 수를 기록했을 당시, 지나친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영화가 정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딴죽을 거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사실 한국영화 외국영화를 떠나 한 영화가 1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져가는 것 자체가 부당한 일이다.
물론, 독과점 문제는 매번 꺼내기도 지겨울 정도로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극장 측에선 감독 및 출연진의 티켓 파워, 50%가 넘는 예매율 등을 근거로 들 것도 뻔하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효율성 등 시장경제의 논리로만 따지다보면, ‘장사가 되지 않을 만한 영화’들은 설 곳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다양한 영화를 누릴 관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 된다. 영화 산업을 건강하게 성장시켜 나가려면, 크고 작은 영화에 최대한 고르게 기회를 배분하는 것이 맞다.
특히 ‘암살’의 스크린 독식이 우려스러운 것은, 뒤따라 개봉할 대형 배급사들의 영화에도 면죄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5일부터 한 주 간격으로 ‘베테랑’(CJ엔터테인먼트), ‘협녀, 칼의 기억’(롯데엔터테인먼트), ‘뷰티 인사이드’(뉴)가 연이어 개봉한다. 지난해 ‘명량’의 포스터로 도배가 됐던 극장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 올해도 연출될 것이 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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