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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사회에서 미주 최초의 한인 이민사박물관인 ‘한미박물관’(Korean-American National Museum) 건립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113년이 되는 미주 한인이민 역사와 문화를 보존·계승하게 될 한미박물관이 독립 건물이 아닌 ‘아파트 겸용 박물관’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최근 한미박물관 건립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박물관과 별도의 주거시설이 공존하는 7층짜리 다목적 빌딩을 짓겠다고 밝혔다.
7층 건물에 본관 1∼2층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박물관 뒤편과 왼쪽 2개 면에 상위 5개 층을 비영리 아파트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박물관을 아파트가 ‘ㄱ’자로 에워싸며 2층부터 박물관과 아파트가 공간을 공유하는 형국인 셈이다.
이처럼 ‘아파트 박물관’ 형태로 짓는 까닭은 박물관 건립과 운영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사회 측은 아파트 임대료를 박물관 운영자금으로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미박물관 건립에 소요되는 예산은 3천만 달러(350억 원)에 이른다. 이사회는 건립 총액 3천만 달러 가운데 1천만 달러는 모금하고 나머지는 융자를 통해 충당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진이 기부한 금액은 150만 달러다. 여기에 LA 시가 최대 200만 달러를 약정한 것까지 합해도 여전히 650만 달러를 모금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박물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임대료가 필수적이라는 게 이사회 측의 주장이다.
건립안에 따르면 아파트 가구 수는 모두 103개다. 여기에서 나오는 임대료는 매달 최소 15만 달러로 연간 180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한인사회에서는 LA시에 위치한 중미박물관·일미박물관을 비롯해 소수계 박물관들 대부분이 독립 건물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 박물관’ 건립 계획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주 한인 이민의 역사·문화 유산을 보존·계승하는 박물관 건물을 ‘아파트’ 형태로 짓는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소수계 민족의 이민사 박물관이 주거용 건물 내 입주한 사례는 단 1곳도 없다. 더욱이 기록물과 서적, 유물 등의 보관·전시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