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택시가 엉뚱한 길로 들어섰던 모양이다. 실은 올림픽대로를 타고 구리암사대교를 지나 1km 가량만 달리면 금세 눈에 띄는 곳이다. 고덕역에서 셔틀버스도 운행 중이다. ‘스테이지(stage) 28’ 팻말을 따라 들어서면, 위풍당당한 태권브이 동상이 관람객을 반긴다. 아이 손을 잡고 센터를 찾은 부모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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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를 나온 가족 관람객들 틈에서 브이센터 투어에 참여했다. 궂은 날씨에도 센터는 붐볐다. 금세 10~15명의 투어 인원이 꾸려졌다. 브이센터를 총괄하는 민병천 감독에 따르면 주말에는 하루 350~400명이 이곳을 찾는다. 거의 매진 사태를 이루다보니, 수용 인원을 늘리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상대적으로 평일은 한산한 편이라, 지금은 평일에 센터를 찾으면 좀 더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고 귀뜸했다.
본격적인 투어 시작 전, 간단한 퀴즈 시간이 마련됐다. 문제를 맞추면 브이센터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코인’이 지급된다. 아이와 함께 센터를 찾은 한 아버지는 만화의 주인공인 훈이와 영희부터, 악당이 만든 사이보그 메리의 이름까지 줄줄이 정답을 맞췄다. 덕분에 어린 아들도 신이 났다. 그 순간엔 아이 아버지도 태권브이 만화에 열광했던 소년으로 돌아갔다.
이윽고 태권브이의 기지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로보트 태권브이가 개봉했을 당시의 대한극장을 재현한 세트가 등장했다.(1976년 ‘로보트 태권브이’는 서울에서만 20만 관객을 모으는 흥행 기록을 썼다.) 대한극장의 외관 그대로 꾸민 바닥의 매트가, 벽부터 천장까지 비스듬하게 설치된 거울에 비쳐 세트처럼 보였다. 매트 위에 누워 갖가지 포즈를 취하면, 거울을 통해 벽에 매달려 있거나 지붕에 올라간 듯한 익살스러운 장면이 연출된다. 거울 속 모습에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그대로 두면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놀 기세였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부모들은 연신 셔터를 눌렀다.
사용자의 몸 동작을 인식, 화면 속 태권브이를 움직이는 체험 기구도 눈길을 잡았다. 관람객이 직접 태권브이가 되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운석을 막아내면 된다. 직접 게임을 체험해봤다. 태권브이의 전매특허 공격 기술인 주먹지르기 동작을 하자 운석이 산산조각났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면 ‘레이저 빔’ 필살기가 나간다. 아이들은 진짜 태권브이가 된 듯 잔뜩 몰입한 표정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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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의 백미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4D 영상관인 ‘태권브이 더 라이드-4D’ 체험관이었다. 태권브이가 적을 물리치는 긴박한 과정이 가로 21m, 세로 13m 크기의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다. 기존의 태권브이 만화 영상이 아닌 4D 상영관을 위해 자체 제작된 영상이다. 극장의 4DX 상영관보다 좌석의 움직임과 진동이 커서, 놀이기구에 탑승한 듯한 쾌감을 준다. 화면 속 악당의 비주얼과 움직이는 좌석에 겁을 집어먹은 어린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이 밖에도 ‘태권브이의 아버지’ 김청기 감독의 작업실을 재현한 홀로그램 영상, 태권브이와 관련된 물품을 전시한 공간이 향수를 자극했다. 태권브이 기지인 격납고에선, 13m 크기의 대형 태권브이가 전시돼 있다. 건물 옥상에 마련된 포토존에선 사람 크기의 피규어가 늘어선 장관 속에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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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천 감독은 “브이센터를 기획하면서 네 번 ‘와’ 할 수 있게끔 만들고자 했다. 첫 번째가 대한극장을 재현한 미러타워를 볼 때 ‘재밌네’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가 시뮬레이터 안에 들어가서 체험할 때다. 영상에서 본 태권브이를 실물로 봤을 때가 세 번째다. 마지막으로 3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포토존에서) 이구동성으로 ‘와’ 한다. 이 네 번의 ‘와’가 좀 더 발전될 수 있게 업데이트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ham@heraldcorp.com
사진1=브이센터 전경
사진2=‘태권브이 더 라이드-4D’ 체험관
사진3=사람 크기 피규어들이 전시된 포토존
사진4=브이센터 앞 태권브이 동상
[사진제공=브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