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응팔’류준열, 진짜 츤데레가 나타났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진짜 츤데레식 캐릭터가 나타났다. 앞이나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뒤에서는 부끄러워하며 자상하게 챙겨주는 사랑법인 츤데레는 일본 인터넷 용어다.

우리 멜로드라마에도 많은 츤데레식 사랑이 나타났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이 임수정에게 “나랑 밥먹을래, 나랑 죽을래”라고 말한 이 대사는 츤데레의 최고봉쯤 될 것 같다.

하지만 ‘무늬만 츤데레’식 캐릭터도 더러 보였다. 여자에게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순정을 갖춘 정도의 남자다. 츤데레의 스타일만 강조하다보니 ‘스타일리쉬 츤데레’들도 양산됐다. 소지섭쯤 되는 남자가 여성에게 “나랑 밥먹을래, 나랑 살래”라고 하면 ‘심쿵‘하지만 그게 안되는 남자들이 잘못 사용하다가는 이상한 남자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런데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류준열이 연기하는 김정환 캐릭터는 진짜 츤데레다. 츤데레식 사랑의 핵심은 순정이다. 하지만 표현방식의 핵심은 마구잡이가 아니라 은근과 끈기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인 덕선(혜리)이 선우를 좋아하는 줄 알기에 기다려줄 줄 안다. 덕선의 갑작스러운 연락에 진짜로 나타나 덕선 친구들에게 햄버거까지 사준다. 무심한 덕선의 기분도 좋아지게 된다.

정환은 만원버스에서 덕선이 사람들에게 몸이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몸으로 인간방패를 만들어 지켜주고 ‘마니또’도 아니면서 덕선이 갖고싶어하는 핑크색 장갑을 크리스마스에 사준다.

학창 시절 여학생 집앞에서 두시간 이상 기다려본 사람은 류준열의 심정을 안다. 요즘은 그런 짓을 하다가는 스토커로 오인받겠지만, 그때는 그러지 않았다.

류준열도 이미 학창 시절 츤데레 사랑을 경험한지도 모른다. 속에서는 콩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덕선을 기다린다. 그렇게 해야 바록 연기임에도 셀레임을 준다. 정환이도 일부러 대문앞에서 덕선을 기다리며 운동화 끈을 고쳐맸다. 그런 정환이가 손으로 덕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얼굴을 잡을 때 셀렘이 제대로 전달된다. 심지어 류준열에게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다는 여성팬의 반응도 있다.

류준열에게 사랑의 첫 경쟁자인 고경표(선우)는 자동 아웃시켰지만,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한 명 더 있다. 천재기사 택(박보검)이다. 차분하기로 따지면 정환이보다 한수 위다. 돌부처 이창호 9단을 연상시키는 바둑기사다. 바둑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이런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가 어렵다.

현재로서는 혜리의 남자가 류준열과 박보검을 제외한 제 3의 엉뚱한 인물이 될지는 예상하고 싶지 않다. 현재로서는 두 남자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츤데레’ 류준열을 조금 더 응원하게 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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