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의 교육자 집안에서 20년간 자라 ‘응팔’에서 사투리는 쉽게 적응했다. 한림대 철학과 재학시절 연극동아리 ‘한림극회’때부터 20년간 연기를 하고 있다. 그의 연기색채는 철학과와 연극동아리에서 형성된 것 같았다.
“철학과에서는 내가 인간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가 화두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선한 게 뭔데, 등등. 밖에 나오니 그런 얘기를 안하지만, 4년간의 삶이 인간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연기철학도 그때 생긴 것 같다.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을 얘기하는 게 연기다. 내가 어떤 입장이 돼 그들을 구제해주는 게 아니라, ‘너 아프지, 나도 아파’ 라고 하는 게 배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공감력이 아닌가. 상대에게 웃어주는 것도 공감이지만, 누가 아프고 벼랑끝에 있을 때 공감해줘야 한다는 것. 이는 평소 인간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없다면 실행하기 어렵다. 그가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는 모습, 친정어머니와 전화하며 오열하는 신 등 선영이라는 캐릭터로 시청자의 눈물을 빼게 만들 수 있었던 이유가 충분히 짐작됐다.
“연극, 희곡은 문학을 내 입으로 뱉는 것이다. 공부를 많이 해야, 인물을 바라보는 깊이가 생긴다. 드라마로 넘어왔을때, 한 줄 대사도, 기계가 아닌 인간이 한다는 훈련을 한다.”
극중 선영은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잘 울고, 웃고, 수다 떨기와 노래, 춤을 좋아한다. 실제 딸도 진주와 같은 6살이다.
“처음엔 헷갈렸다.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 연기는 다른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인데. 하지만 바로 적응됐다. 극중 이름과 같아 내 이름을 알릴 수 있어 좋았다.”
그는 선영 캐릭터가 사랑 받았던 이유에 대해 “‘응팔’에는 사랑을 안받은 사람이 없다. 대개 주조연 위주로 가지만, 여기는 모든 인물을 다 안고 갔다. 선영이 사랑 받았던 이유는 이 작품이 이미 그렇게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 겸손의 말이고 아줌마를 많이 연구한 배우다. “생활연기와 비생활연기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시골에서 살아 아줌마를 많이 봐왔다. 몸빼를 좋아한다. 내가 아줌마 같다.”
극중 선영은 가난하지만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긍정적이며 사람들과 희노애락의 감정을 나누는 공감력이 뛰어나다. 이를 김선영이 연기해 더욱 잘 살려냈다.
김선영은 이일화, 라미란과 함께 엄마 3인방, 쌍문동 태티서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케미도 좋았다. “첫 촬영부터 두 언니와 엄청 친한 사이를 연기해야해 첫 촬영은 어려웠지만 미란 언니가 밥 먹자고 해 그 다음부터는 내가 먼저 붙었다.”
김선영은 무성과 러브라인까지 만들어져 “너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응팔’에서만 주연이 가능하다. 다시 조연으로 가야죠”라고 했다. “ ‘응팔’의 제 마지막 대사인 ‘좋은 사람들이랑 좋은 시간만 보내고 간다’가 실제 제 얘기다. 작가가 제 마음을 써준 것 같았다.” 서병기선임기자/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