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반응 좋아 6만대까지 생산키로
고객 출고차량 받기까지 두 달반 이상 기다려야
전륜8단변속기 엔진부착까지 1대당 40초
[헤럴드경제(화성)=정태일 기자]설 명절을 눈앞에 두고도 수출급감, 내수부진 등이 이어지면서 산업계가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좀처럼 침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활력이 돌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자조까지 여기저기서 나올 정도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끊임없이 개발하고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혼을 쏟는 생산현장이 아직은 있다. 좋은 제품은 팔린다는 상식이 통하며 신바람이 도는 현장은 우리 경제의 희망의 불씨이기도 하다. 3일 찾은 경기도 화성 소재 기아차의 화성공장도 그런 현장 중 한 곳이었다.
기아차 화성공장 제3공장 조립 3부에서 올 뉴 K7의 조립상태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
기아차 화성공장 제3공장 조립 3부에서 올 뉴 K7의 조립상태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
총 3개의 공장이 들어선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제 3공장은 기아차의 준대형 세단 ‘올 뉴 K7’ 생산을 전담하고 있다. 마침 이 날은 올 뉴 K7이 첫 출하되는 날로 아직 풀리지 않은 화성의 추운 날씨를 녹이듯 따끈따끈한 신차들이 최종 검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제3 공장 조립3부의 전체 250개의 작업 공정 중 가장 먼저 찾은 라인은 엔진, 변속기, 토크컨버터 등의 조립 작업이 이뤄지는 하체 1그룹. 외부에서 제작된 엔진이 창고에서 작업장으로 전달되면 각 공정에 맞게 조립이 진행됐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3.3GDI 가솔린, R2.2 디젤 엔진이 도착하자 작업자가 올 뉴 K7에 국산 최초로 적용되는 전륜8단 자동변속기를 신속하게 조립했다. 엔진 하나 당 변속기를 부착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초에 불과했다. 심민구 제3공장 조립3부 신차개발담당 주임은 “다른 공정에 55초 이상 시간을 주는 것에 비해 변속기 조립 공정에 40초 정도만 시간을 준다. 거꾸로 말하면 조립 후 검사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라며 “주행성능에 엔진과 변속기의 완벽한 결합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품질의 정교함을 높이기 위해 신속하게 조립한 뒤 이중, 삼중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트, 배터리, 스페어 타이어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공정은 100% 자동화가 구현돼 로봇이 조립하고 있었다. 차량 하체부의 볼트, 너트 조립 공정에도 공정 능률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 시설인 멀티 토크(Multi Tork) 장치가 도입됐다. 실제 공장 내부 상단에 위치한 모니터에는 목표 대수와 실적 대수를 비교 분석한 공정률이 쉴새 없이 집계되고 있었다.
전반적인 부품 조립은 배선류와 센서류, 실내부품부터 시작된다. 이어 뒷범퍼, 인 패널, 램프류 등을 조립한 후 엔진, 트랜스미션을 결합한다.
이를 거쳐 배기계, 제동장치, 타이어 등을 조립하고 조향장치와 각종 유리를 부착하면 자동차가 완성된다. 전체 부품만 3만여개로 완성차 1대가 최종 조립되기까지 총 8시간 40분이 걸린다.
기아차 화성공장 제3공장 조립 3부에서 올 뉴 K7의 조립상태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
기아차 화성공장 제3공장 조립 3부에서 올 뉴 K7의 조립상태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
차가 완성됐다고 바로 출하되지 않는다. 테스트 라인에서 필요한 모든 부품이 정상적으로 투입됐는지, 성능은 완전한지 점검 후통과된 차만 공장 밖 3㎞ 길이의 도로주행시험장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합격을 받아야 고객에게 인도될 수 있다.
올 뉴 K7 생산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조립 불량이 거의 제로에 가깝게 나온다는 점이다. 심 주임은 “예전에는 파이널 라인 뒤로 교정을 받기 위한 차들이 줄줄이 서있었는데 K7 같은 경우 플랫폼이 바뀌고 신차임에도 불량을 낸 차가 거의 없어 지금은 이 곳이 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품질을 끌어올린 것과 함께 제3공장 직원들을 더욱 신바람나게 하는 것은 올 뉴 K7의 초기 반응이 폭발적이라는 점이다. 전통적인 비수기 1월에 출시됐지만, 약 20일 동안 사전계약 물량이 1만대를 돌파했다. 이에 생산현장에서도 한층 고무된 분위기다. 김영욱 3공장장은 “올해 K7 내수판매 목표로 5만3000대를 잡고 있는데 초기 반응이 좋아 현재 우리 공장에서 생산량을 6만대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라며 “2월에만 4300여대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신차 수요가 얼마나 몰리는지 파악할 수 있는 척도 관련 김 공장장은 “현재 K7 고객이 차를 인도받기 까지는 계약 후 최대 두 달 반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만큼 올 뉴 K7을 주문하고 대기하는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공장장은 “차가 많이 팔리고 많이 생산하는 것보다 고객들이 최상의 품질을 느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직원들에게 내 가족이 타는 차라는 생각을 갖고 생산에 임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장 회의실에 걸린 ‘기본 없인 품질 없고 품질 없인 생존 없다’라는 표어가 최고 품질을 향해 달려가는 제3공장의 현재 모습을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