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들 신경전만으로도 새우 등 터지는 곳, 음악예능 가수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아니, 고래들이 아직 싸우지도 않고 신경전만 펼쳤을 뿐인데도 새우들은 등이 터지는 형국이다. 음악예능 이야기다.

SBS ‘보컬전쟁 – 신의 목소리’, ‘판타스틱 듀오-내 손에 가수’ MBC ‘듀엣가요제’가 모두 정규편성돼 아직 본격 방송되지않은 시점인데도, 가수 섭외 문제를 교통정리해야 될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상파 한 곳의 파일럿에 출연한 가수와 그 가수의 소속사에 소속된 가수들은 다른 방송국에서 출연이 제한된다. 규정은 없지만 이런 분위기로 가고 있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음악예능 춘추전국시대에 우려되는 점’ 2016년 3월 6일 헤럴드경제 참고)

지상파 3사중 한 곳만 출연해서는 가수의 음악마케팅이 되지 않는다. YG나 SM 정도 되면 지상파 중 한 곳과 불화하는 경우가 있다. 이건 YG나 SM의 의도가 아니라 기획사가 가수의 출연 등에 있어 방송 3사를 공평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방송국에서 느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YG나 SM 같은 기획사는 이 상황을 버텨낼 수 있다. 지상파 2개를 활용하고 나머지 공백은 엠넷 같은 케이블로 가 해당 가수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으로 보강하면 된다.

하지만 파워가 약한 중소기획사들은 방송사와 이런 ‘딜’을 할 수가 없다. 연습생들은 엠넷 ‘프로듀스101’에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니어도 계약한 후 출연해야 인지도라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프로듀스101’에서는 젤리피시나 스타쉽, 판타지오 등이 급수저급으로 거론된다. 아이돌 연습생들을 만나 취재해보면 ‘프로듀스101’에 출연하는 걸 부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중소기획사에 소속된 가수들은 방송국에서 일시적으로 출입금지라도 당하면 꼼짝 없이 당하는 ‘을‘이다.

음악예능의 섭외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있다. 3개의 프로그램이 섭외할 가수 풀(Pool)이 모두 다르면 된다. 그러면 가수가 상대 방송국에 출연했다고 해서 PD가 이들에게 뭐라고 할 이유가 없다. 그 정도의 디테일을 만들어놨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정규편성된 3개의 음악예능들은 가수들과 일반인들이 음악을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다들 최고의 듀엣 무대, 최고의 콜라보 무대를 내세운다. 프로그램 모두가 섭외해야 할 가수들이 완벽히 겹치는 것이다.

한 곳에서 B급 가수들을 섭외하고, 다른 곳에서는 A급 가수들을 섭외한다면, 섭외에서 이미 승부가 난 거다. 전쟁을 수행하기 전에 무기 경쟁에서 진 것이다.

물론 ‘뮤직뱅크‘ ‘음악중심’ ‘인기가요‘ ‘엠카운트다운’처럼 90% 정도 가수들이 겹쳐 모두 출연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하지만 이번에 정규편성된 콜라보 음악예능들은 단순한 음악프로그램이 아니며, 색깔과 개성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이런 식으로 사이좋게 출연될 리가 없다. 가수들의 음악예능 섭외 교통 정리가 안되면 JTBC ‘슈가맨‘ 등 몇몇 기존 음악예능프로그램 출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SBS와 MBC 음악 프로그램 CP나 예능국장이 서로 만나서 이에 관한 신사협정을 맺는 것도 좋을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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