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스타, 음악 색깔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걸그룹 피에스타(재이, 차오루, 예지, 린지, 혜미)가 지난 2014년 ‘하나 더(One more)‘를 내놓을 때는 섹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1년 뒤인 2015년 3월 첫번째 미니앨범 ’블랙 라벨(Black Label)‘의 타이틀곡 ‘짠해’ 등에서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켰지만 과도한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피에스타의 음악적 색깔이 약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상황은 변했다. 예지가 ‘언프리티 랩스타2’를 통해 강력한 실력파 래퍼로 부상했다. 차오루는 예능 대세가 됐다. 차오루는 9일 쇼케이스에서 “그동안 열심히 피에스타를 알리고 다녔다”면서 “앞으로도 소처럼 일하겠다”고 말했다.

몇년 사이에 걸그룹 생태계는 거의 대전 상태로 변했다. 걸그룹이 너무 많아 음악적 색깔이 없는 팀은 쓸려가버릴 지도 모르는 난장판이 됐다.

피에스타가 “걸그룹에 많이 있는 상큼함을 버렸다”든가 “한층 더 내면이 성숙해졌다”, “간절함과 절박함이 차별점”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상황을 인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1년만에 내놓은 두 번째 미니앨범 ‘어 델리케이트 센스(A Delicate Sense)’는 ‘블랙 라벨’에서 선보였던 고혹적이고 세련미 넘치는 새드 섹시(Sad Sexy) 컨셉의 연장선으로 타이틀곡 ’미러(MIRROR)‘를 포함해 ’입술 한 모금‘, ’갈증‘, ’왔다갔다‘, ’미스터 블랙(Mr. Black)‘까지 총 5곡으로 구성됐다.

타이틀곡 ‘미러’는 이별을 경험한 후 느끼는 여자의 아픈 감정을 더욱 깊게 표현한 신스 팝이다. 혜미와 린지의 보컬은 창층 성숙했으며, 예지의 랩은 힘을 뺐지만 더욱 카리스마 있게 다가온다. 재이의 음색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음악 색깔이 약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피에스타는 이제 지금까지 이어온 과정과 상황들을 음악에 담아 표현해낼 정도로 성숙했다. 피에스타 스스로 “고생도 많이 했고, 부모님과 회사에 걱정도 많이 끼쳐드렸다”고 말한 것으로 보면, 철없던 걸그룹 시절은 지났다.

괜찮은 듯 웃고 있지만 거울 속 비친 자신의 모습에는 이별에 슬퍼하고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이질적인 모습이 투영된다는 이번 타이틀곡처럼 다양한 감정들을 잘 끄집어낸다면 이번에는 피에스타만의 음악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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