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판세-대구ㆍ경북] 대구는 ‘고지전’ 중…친ㆍ비박 운명, 여기서 갈린다

-유승민ㆍ류성걸 무소속 의원,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 유세현장 르포
-엇갈리는 ‘대구민심’ 최종 승자는 누구?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대구는 선거판에서 늘 ‘전방’이기 보다는 ‘후방’이었다.

지난 2012년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지며 한때 민심이 출렁였지만,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자 ‘새누리당의 정치적 고향’의 면모를 견고히 유지했다. 대구는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에게만 금배지를 허용했다.

그러나 전황은 달라졌다.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돌아본 현지(동구을, 동구갑) 곳곳에서는 날카로운 총성이 터져 나왔다. ‘공천 파동’ 이후 광야로 몰려나온 무소속 후보들과 소위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이 쏟아내는 언어의 총알이다.

주민들 역시 “대구주민이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도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며 맞섰다.

대구는 이제 각 진영이 반드시 차지해야 할 ‘고지’가 됐다.

지난 29일 대구 동구갑 평화시장에서 유세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

먼저 지난 29일 신암동 평화시장을 찾은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동구갑)는 유세의 처음과 끝을 모두 ‘1번’이라는 단어로 장식했다. “1번입니다. 제가 1번입니다”, “새누리당에서 공천 받은 후보가 저입니다”.

대구민심에 깊이 깃든 ‘새누리당 정서’가 여기 반응했다. 평화시장 중간 ‘황금 회 수산’ 앞에서 만난 40대 김 씨는 “국회의원보고 도둑놈이라카는데, 같은 도둑놈이면 남의 동네보다는 우리 동네(새누리당) 도둑놈 찍어야 하는 것 아이가!”라고 외쳤다.

득의만만해진 정 후보는 “헌법 1조의 국민주권 주의는 정상적 절차를 통해 출마한 후보를 유권자가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맞상대인 무소속 류성걸 의원(동구갑)과, 옆 동네의 유승민 의원(동구을)을 정면 겨냥했다.

반면 비박계 무소속 후보들은 “당선 후 반드시 당으로 돌아가 잘못된 부분들을 고칠 것”이라며 이른바 ‘진박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무조건’ 지지해 준 대가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이 골자다.

지난 29일 대구 동구갑 진로이스트타운 경로당에서 유세활동을 펼치고 있는 류성걸 무소속 의원.

같은 날 효목1동 진로이스트타운 경로당을 찾은 류 의원은 “어르신들, 새누리당 공천이 잘 됐다고 보시느냐”며 “여론조사 1등인 저를 잘라내고 경선도 없이 다른 후보를 냈기에 불가피하게 ‘럭키세븐(7번)’을 달고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방촌동 방촌시장에서 유세를 벌인 유 의원 역시 “공천 과정에서 복잡한 일이 많았는데, 당선이 되면 바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 열심히 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에는 ‘친박공천 역풍’이 무소속 후보들의 등을 밀어줬다. 유 의원을 만난 한 60대 여성은 “동생이 서울 강남에 사는데 전화를 해 ‘유 의원을 눈여겨보라고 했다”며 대구와 수도권을 잇는 이 바람이 허구가 아님을 증명했다.

신암동에서 23년간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해 온 장왕기(남성, 48세) 씨는 “후보들의 면면은 모르더라도 공천 과정을 보면서 마음이 (무소속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며 “동구 주민으로서 분통이 터질 정도다. ‘새누리당을 이대로 두면 게속 바보 취급을 당할 것’이라는 분노과 ‘침체된 대구경제 발전을 위해 그래도 새누리당을 밀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상태”라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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