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탈자 ①] 임수정 “언젠간 평단-대중의 ‘엄지척’, 스코어까지 다 잡을 거에요“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지난해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상대 배우를 유혹하기 위해 독하게 변신했던 임수정(37)이 이번엔 두 남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여자로 돌아왔다. 가만히 있어도 사랑스럽다.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 에서다.

“요즘 멜로영화가 제작이 된다고 해도 확률적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기가 힘들잖아요. ‘시간이탈자’는 장르적으로 흥행이 유리한 스릴러와 멜로가 결합된 영화인데요, 제 분량이나 다른 걸 다 떠나서 여배우로서 멜로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다가왔어요.”

[사진=YNK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수정의 말대로 ‘시간이탈자’는 서로 다른 시대에 사는 윤정(임수정)과 지환(조정석), 소은(임수정)과 건우(이진욱)의 ‘사랑’이 살인사건을 추적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임수정을 살리기 위해 두 남자가 목숨을 걸고 내달린다. 그래서인지 장르는 스릴러지만 진한 멜로 감성이 녹아있다.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 특유의 화법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임수정은 1983년과 2015년을 오간다. 1인2역이다. 1983년에선 조정석과, 2015년에선 이진욱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두 시대의 여성을 표현하면서 다른 포인트들을 조금씩 가미했다고 말했다. “1983년의 윤정은 그 시대에 맞춰서 고전적이고 새초롬해서 그런지 웨딩드레스도 혼자 입어보러 간다”면서 “2015년의 소은이는 건우가 요리를 해 주겠다고 했을 때 ‘전 먹는 거 잘해요’라면서 솔직히 반응을 하는 사람이라는 게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진=YNK엔터테인먼트 제공]

1979년생인 임수정에게 1983년도의 정서는 익숙한 편이었다.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 역할인 그에게 주요 배경이 됐던 과학실도 정감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있었던 의자들, 과학실 분위기, 옛날 기억들이 막 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임수정은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뚜렷한 흥행작이 없었다. 여배우로서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한 갈증이 커 보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두 남자에게 동기를 유발하는 역할이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주도적인 역할은 아니었죠. 팬들이 아쉬워하신다면 다음 작품에서 만회해야겠죠.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들에 발을 맞춰 가면서, 상업 영화에서 제한된 여배우 역할이 있다면 그것도 하고, 저예산 영화지만 한두 명의 여배우가 중심 롤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참여하고요. 드라마도 기회가 있으면 출연해야죠. 균형을 맞춰가면서 활동해야 할 것 같아요.”

[사진=YNK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앞으로 자신을 드러낼 좋은 배역이 있다면 가리지 않고 오디션에라도 참가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는 욕심 나는 배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찾아가지는 못했어요. 아무래도 기다리는 스타일이었죠. 이제는 좋은 배역을 두고 오디션을 본다고 하면 오디션이라도 볼 것 같아요. ‘저도 봐도 돼요?’라고 하면서요. 동등하게 오디션으로 배역을 뽑는 시스템이 도입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의 욕심은 2001년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연기 잘 하는 배우’ 하나라고 했다.

“마흔이 넘어가고, 쉰이 됐을 때까지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단 하나의 작품, 대중과 평단이 엄지손가락을 들고 스코어도 좋은 작품 하나만 남긴다면 배우로서 성공한 게 아닐까요. 저 욕심 되게 많아요.”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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