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34)는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송중기에게 설렜던 순간을 고백했다.
2개월 넘게 아시아를 넘나들며 여성 시청자를 설레게 했던 송중기의 매력은 송혜교도 알아봤다. 한류스타이자 톱여배우인 송혜교도 TV 밖에선 평범한 여성시청자였고, TV 안에선 동료배우의 역량을 끌어낼 줄 아는 ‘일 잘 하는’ 파트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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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대본도 너무 재미있지만 이 작품에선 남자 주인공이 잘 해줘야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중기씨가 너무나 그걸 잘 해내줬고, 연기하는 저마저도 설렐 정도의 연기를 보여줬어요.”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이 드라마로 송중기는 단박에 한류스타로부상했다. 중국에선 ‘국민 남편’으로 불린다. 송혜교는 “홍콩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송중기에게 ‘오빠 오빠’하는데 인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엄마의 느낌이 들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TV 속 선남선녀의 로맨스는 김은숙 작가의 달달한 대사로 수많은 여성에게 판타지를 안겼다. 대사는 호불호가 갈렸다. 송혜교에게도 쉽지 않은 순간이 많았다.
“‘인형, 미인형, 당신의 이상형’이라는 대사를 하는데 좀 민망했어요. 그때는 정말 죽겠더라고요. 오히려 감정신보다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강모연을 연기하며 ‘대리만족’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송혜교는 “실제 성격은 솔직히 남성적인 부분에 더 가깝다. 주변에서 선머슴 같다는 이야기도 듣는다”며 “강모연 연기를 하면서 대리만족했던 것 같다. 이미지 관리 때문에 어디 가서 성격만큼 못 할 때가 많다”고 털털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여배우로서 가진 고민도 털어놓았다. “정말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캐릭터로 만나 뵙고 싶은데 여자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게 다양하지가 않아요. 남자배우들처럼 여자 배우들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장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소녀시절 ‘순풍 산부인과’로 데뷔해 ‘가을동화’ ‘풀하우스’로 인기를 얻으며 어느새 20년차가 됐다. 오랜 기간 한류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였고, ‘태양의 후예’를 통해 다시 한 번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송혜교는 드라마 방영 기간 ‘개념배우’라는 수사를 안기도 했다.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고액 광고를 거절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송혜교에겐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혜교가 보여주고 싶은 배우로서의 모습엔 연기뿐 아니라 사고와 행동까지 담겨있었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도 소박한 포부를 밝혔다. “대중에게 전작보다 퇴보만 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면 되는 것 같아요.”
퇴보하지 않을 차기작을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다. 송혜교는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작품이 될지 너무 기대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