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 판정단에는 왜 50대는 없고 10대는 있는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은 기적이다. 파일럿 때는 PD들이 쓰는 말로 말아먹었다. 하지만 정규편성되고 나서는 2049세대의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 화제성과 대중성을 다 잡아가고 있다. 불과 6개월만의 변화다. 최근 지상파에서 무려 3개의 음악예능 프로그램이 정규편성돼 방송되고 있음에도 ‘슈가맨’은 이에 아랑곳 않고 독야청청하다.

‘슈가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대별 방청단에는 10대, 20대, 30대, 40대들이 앉아있다. 과거 히트 한번 하고 사라진 노래라 10대들이 알기 어려운데도 10대 자리는 있고 50대 판정단은 없다.

‘슈가맨’ 기획 및 연출을 맡고 있는 윤현준 CP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판정단에 50대가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50대를 모신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그런데 음악을 잘 모르기는 10대나 50대나 마찬가지였다. 20~30대가 노래를 많이 아신다. 불도 많이 켜주고. 기술상 4개의 블록밖에 못나가는데, 10대와 50대를 탄력성 있게 운용하려고 한다. 내부적으로 10대가 이런 노래를 좀 들었으면 하는 의견이 많았다. 다음 주 방송에서는 50대가 나온다. 10대는 안나온다.”

‘슈가맨‘ 제작진은 파일럿에서 실패했던 이유를 열심히 분석했다. 윤 CP는 “처음에는 슈가맨 분들이 노래하면 다 반가워할줄 알았다. 하지만 안좋아하는 분들도 있었다. 10대들은 재미없어 했다. 공감 폭이 적었다”면서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분들의 반응도 취합하며 단점을 보강해나갔다.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윤 CP는 “그들이 알건 모르건 관계 없이 10~40대로 공감을 확대해나가는게 포인트다”면서 “10불(불이 10개 들어왔다는 뜻)이건 90불이건 공감하게 되는 과정을 세대별로 본다는 것, 이게 중요한 것같다”고 전했다.

특히 10대들은 노래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들이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10대는 20~40대와 차별되는 지점이 있다. 이게 슈가맨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10대는 음악을 전혀 들어보지 못했거나, 들었다면 홈쇼핑 마트나 운전중 또는 부엌에서 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너무 솔직하다. 못생긴 사람을 잘생긴다고 하지 않는다. 아이돌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투표는 노래잘하는 사람에게 한다.”

10대 방청단의 한 명은 ‘더 네임‘이 나왔을때 “목소리 별로에요”라고 말했고 , 90년대 여가수를 보고 “강남에서 왔다갔다 하는 아줌마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게 ‘슈가맨’의 묘미다.

‘마리텔‘에서 이경규가 승마하는 걸 보고싶은 게 아닌 것과 유사한 이치다. 이경규가 승마장에서 교관에게 계속해서 말을 소개받고 있고 말에게 당근을 먹이면서 시간이 지연되자 “말 안 탈려고 피하는 것 아니냐”는 채팅창 의견에 대해 투덜대듯 이야기 하는 것, 그런 장면들이 재미를 제공하는 격이다. 그래서 ‘슈가맨’에서도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어도 10대들의 존재는 중요하다.

윤현준 CP는 “‘슈가맨‘은 가수가 어떻게 사라졌고, 또 그들이 경연을 해서 어떻게 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노래와 관련해 이야기와 추억, 공감을 넓혀가는 과정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다”고 말했다.

그러니 노래와 연관된 기억이 있는 세대나 없는 세대가 함께 그것에 관해 공감과 소통을 넓혀나가는 프로그램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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