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소방관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무기력,불안을 겪고 있었다. 직업 수행과정중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되는 참혹한 사고나 시신을 목격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첫번째 출동에서 본 사고장면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트라우마가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아예 첫 출동전 미리 시뮬레이션으로 비슷한 상활을 간접체험하게 해 실제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했다.
국민안전처에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의 순직자가 27명, 자살자가 41명라고 한다. 100명 중에 한 명은 하루 종일 죽음을 생각하며 괴로워한다고 하며, 40%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2015년에는 순직한 소방관보다 자살한 소방관 수가 6배나 많은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과연 이 통계들이 맞는지 의심해야 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을 접하며 우리가 소방관의 삶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 알 수 있었다.
소방관들은 가장 필요한 순간에 국민들을 화재·구급·구조 현장에서 구해내는 사람이다. 국민들에게는 ‘슈퍼맨’이다. 강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요받는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트라우마나 우울증 같은 걸 공개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감정노동자들인 소방관들의 비애다.
소방관들은 평균수명이 가장 짧은 공무원이다. 동료의 순직도 목격해야 하고 동료시신까지 수습해야 한다. 이들은 동료에 대한 부상이나 상실이 더 큰 충격을 준다고 한다. 순직한 동료의 영결식장에서 “하늘나라에서는 소방관 하지 마”하고 오열하던 소방관이 떠오른다.
소방관의 아내라고 밝힌 한 시청자는 시청자 게시판에 “소방관들에게 그게 그렇게 트라우마가 되는지 몰랐던 나 자신이 부끄러었다”면서 “요즘은 저희 신랑이 계속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방송을 보면서 무서웠다”고 썼다.
소방관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죽음을 결심하고 술에 의존하게 되며, 잠에 들 수 없을 만큼 괴로워한다. 소방관의 삶에 둔감한 사회는 결코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없다. 그들이 필요하면 언제건 치료부터 받을 수 있게 해야 하고 이들의 스트레스를 관찰, 관리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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