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의 억울함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주는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활약상은 사이다 드라마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현실을 꼬집는 박신양의 시원한 변호, 갑들에겐 치명적 데미지를 입히며, 고구마 현실에 끊임없이 돌을 던지는 을들의 노력은 답답한 세상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다만 박신양이 국내 최대 로펌과 검사장, 재벌그룹의 전략과 전술을 너무 쉽게 무력화시키고, 현실에서는 멋있기 어려운 동네 변호사가 너무 멋있게 나오는 게 판타지스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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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이라는 존재는 드라마를 끌고가는 강력한 힘을 생기게 하지만,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협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힘이 조금 분산될 필요도 있다.
그런 점에서 여주인공 강소라(이은조 변호사)의 역할과 비중은 너무 떨어진다. 지난 10일 방송된 14회, 에너지 드링크 사건에서 ‘파워킹’의 부작용을 밝히기 위해 대화그룹과 대결을 펼치면서 강소라의 비중이 살아나는 듯했지만 15~16회에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언제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스토리 진행에서 비켜나 있다.
회당 남자주인공이 40분 정도 나오면, 여주인공은 2~3분 정도 나오는 셈이다. 애당초 박신양이 출연하는 드라마에서 여자주인공의 비중과 역할에 대한 기대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다.
강소라는 국내 최대 로펌 금산이라는 악인 조직속의 선인 역할을 하는 박솔미(장해경 변호사)와 조들호 사무소의 사무장인 황석정(황애라) 등 조연 여배우보다도 훨씬 이야기가 적다.
금산 장신우 대표의 딸인 박솔미는 대화그룹이라는 악덕기업을 변호하면서 막대한 수임료를 챙기고 대화의 비자금과 차명계좌까지 관리하는 금산이라는 조직속에서 분열을 겪는 과정을 자세하고 보여주고 있다.
추리력과 수사력, 컴퓨터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한 황석정도 적진 깊숙이(?) 들어가 결정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해 조들호가 소송에서 이기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황석정은 간호사복을 입고 병원에 침투하고 식당 여종업원 복장을 갖춰입고 요주의 인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다. 앞으로 무슨 ‘복장 코스프레‘로 재미를 줄지 기대된다.
반면 강소라는 명색이 여자주인공이면서도 조연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고 있다. 여주인공의 대사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면 문제가 있는 거다. 작가와 PD가 여주인공을 이렇게 홀대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더 답답하다.
어쩌다 보니 ‘조들호’에서 강소라는 회마다 분량 걱정을 해야 하는 약자가 돼버렸다. 그런데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사회적 약자 또는 ‘을’(乙)들의 억울한 처지를 들어주는 드라마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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