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지역 한인 경제권의 큰 축인 의류업계가 최근 다양한 내외부 요인으로 인해 휘청대고 있다. 하루게 다르게 변하고 있는 의류 유통 환경에 미흡하게 대처한 탓이 크다. 또 최근 10여년 사이 생산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중국 등 해외로 생산지를 옮긴 업체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들어 유통업체간 치열한 판매 경쟁으로 새로운 제품의 공급 주기는 과거에 비해 빨라지고 개별 주문량은 줄고 있다. 자연히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빠르게 납품해 주기를 바라는 유통 업체들이 늘고 있다.
LA지역 거대 의류 상권에서 오랫동안 굳건하게 중심을 잡아줬던 한인 봉제업계는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최저 임금은 10여년 사이 거의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의류업체로 부터 하청받는 봉제 단가는 오히려 30%가량 떨어졌다. 이제 열심히 일을 해봐야 남는 게 없다 보니 공장의 문을 아예 닫는 업체도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멕시코 국경 지대를 시작으로 텍사스주 엘파소,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등으로 대체 생산 기지를 만들고 있는 한인 업주들이 최근 늘고 있다. 대체 생산 후보지역 중 LA와의 거리나 여러가지 여건에서 가장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라스베가스 지역을 직접 찾아봤다. 현장 취재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 13일 화씨 10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 속에 라스베가스에서 새롭게 의류 생산을 비롯한 삶의 터전을 만든 한인 업주 5명을 만났다. 업체수로는 3곳이었다.
“더운데 누가 일하러 가겠냐”라는 LA에서 듣던 소문은 쓸 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공장 곳곳에 만들어 놓은 쿨러가 공장 내부 공기를 작업하기에 불편하지 않는 온도까지 낮춰놓고 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긴팔을 입고 일하는 직원도 눈에 띠었다.
LA봉제공장에서 흔히 보던 뜨거운 바람만 나오던 먼지 낀 큰 선풍기는 볼 수 없었다. 어느 공장의 직원수는 여전히 30명이 채 안됐다. 공장 시설과 장비는 100명 이상이 일할 수 있게 갖췄지만 인력 확보가 여전히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4개월 가량 준비 끝에 4월 초순에 공장을 시작해 이제 두달 가량 지난 것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또 다른 공장은 300명 규모로 공간과 장비, 배후 시설까지 다 갖췄지만 아직 50명 가량이 바쁘게 재봉틀의 바늘을 움직이고 있었다. 업주 입장에서는 여전히 성에 안 차지만 그래도 최근 숙련공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BM스타 임용수 대표는 “결국 모든 일이 흥하는 것과 망하는 것, 사람 즉 직원들이 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마음으로 라스베가스로 이전한 만큼 기존에 LA에서 하던 것과 달리 정해진 법규를 지키면서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업주가 노력한다면 이 지역에서 한인 중심의 봉제 르네상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번째로 방문한 공장은 100명 가까운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직원 모두가 LA에서 이전한 숙련공이다 보니 능률이 타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이 나았다. 직원수도 이젠 제법되고 숙령공도 많다 보니 대형 유통 업체들이 주문한 큰 규모의 주문도 척척 소화해 내고 있다. 능숙한 직원은 하루에만 400벌 이상의 의류 완제품을 말끔히 생산해내고 있다. 1피스당 30~39센트까지 받는 피스워크 방식으로 급여를 지급하다 보니 네바다주 최저임금 수준은 훌쩍 뛰어 넘고 있다.
일거리를 주는 쪽도 생산하는 업주도 법률 위반에 따른 큰 부담을 덜고 노동자들은 LA와 유사한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 1/3에 불과한 렌트비와 각종 생활비를 두루 절감하는 구조다.
이들 3개업체 모두 올해들어 3개월 가량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대부분의 업주들은 2개월여 전까지만 해도 라스베가스로 오겠다는 노동자들의 전화를 받으면 LA까지 가서 차로 모시고(?)와 관광과 비싼 저녁 식사까지 제공하는 등 말 그대로 ‘귀하신 몸’을 모시듯하는 웃기 힘든 상황도 종종 연출했다. 하지만 인력도 이전 초기와 달리 빠르게 늘고 있다.
이미 이전 후 2~3개월 이상 라스베가스에서 거주 중인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이 LA에 있는 주변 지인들에게 생활 여건을 입소문 낸 것이 최근 주효하고 있다는 것이 업주들의 의견이다.
숙련공 기준 매주 최소 500달러에서 많게는 700달러 이상을 급여로 받아 이중 최소 300달러 가량이 렌트비로 지출됐던 LA와 달리 라스베가스는 주거를 위해 쓰는 렌트비를 매주로 나누면 1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한달로 치면 1000달러 가까이 수입이 늘어난 셈이다. 라스베가스=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