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 수송회사 MOK(미쓰이OSK긴카이)는 지난 7월 혼다중공업에 1만7500톤급 다목적선 3척을 발주했다. 발주된 세척의 배는 오는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 4월 자국 조선사에 벌크선 10척을 발주했다. 직전달인 3월 벌크선 20척이 중국 당국이 자국 조선소에 발주한데 이은 두번째 대형 발주였다.
중국과 일본 조선업은 자국 물량 비중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015년 말 한국 수주 잔량 가운데 자국 물량은 10.3%에 불과한 반면, 중국과 일본은 27%와 37.2%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은 유럽과 중동 선사들로부터 발주가 이뤄져야만 수주를 할 수 있는 반면, 중국과 일본은 자국 내 발주 물량을 근거로 ‘보릿고개(수주 절벽 상황)’를 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조선사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10년 이상 된 노후 선박 해체와 신규 선박 건조를 동시에 진행중이다. 일본은 선박투자회사를 설립해 자국 조선사에 발주 물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오는 2018년부터 본격화될 한국 조선업의 잔고 절벽이다. 극심한 수주 가뭄 상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지난달 전세계 인도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48.3%를 인도했다. 인도 물량이 많다는 것은 일감이 부족해진다는 얘기고, 수주 부진 상태에서의 인도량 증가는 그만큼 빠르게 잔고량이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8월 초 기준 한국의 수주잔량은2386만 CGT로 전세계 수주잔량 점유율은 24.3%로 떨어졌다. 22.5%(2213만CGT)의 수주잔량을 기록중인 일본과의 격차는 불과 173만CGT 밖에 안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자국 발주 물량을 기반으로 불황을 극복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구조조정을 강하게 드라이브 걸면서 수주에도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선박펀드’가 극심한 불황에 빠진 국내 조선사들에게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채비율이 기준 이하인 해운사가 발주를 할 경우 선박펀드를 조성해 선박건조자금을 지원해주기로 한 바 있다.
선박펀드란 부채비율 400% 이하인 해운사를 대상으로 선박건조자금을 지원해주고 용선료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금융정책이다. 금융위는 선박펀드 조성금액을 12억달러(한화 1조3000억원)로 책정했다. 해운사가 신청하는 신조 지원 요청에 따라 수요를 감안해 4척, 3척, 3척 등으로 분할해 실행할 방침이다.
선박펀드는 선박용선계약(BBC·Bare Boat Charter)방식으로 운용된다. BBC방식은 선주가 선박을 빌리는 계약방식 중 하나로, 펀드 투자자가 대형 선박을 발주하고 국적 선사가 이를 임대하는 구조다. 선박의 소유권은 펀드가 계속 보유하고 있어 해운사는 선박 건조에 따른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지 않아 부채비율을 기존대로 유지할 수 있다.
업계에선 이르면 오는 9월께 현대상선이 펀드 신청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향후 해운 및 조선 시황 전망 등을 고려해 본격적인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국내 발주 규모는 크지 않아, 주로 중소형 조선사들이 선박펀드를 이용한 국내 발주의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펀드 규모가 크지 않아 불황 늪에 빠진 조선 ‘빅3’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수주 절벽이 워낙 장기화되고 있어, 국내 발주 증가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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