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장르물ㆍ진지한 로맨스… 무더운 여름엔 ‘글쎄’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올 여름 지상파 드라마는 날씨만큼이나 무더웠다. 장르물은 반전을 거듭하며 복잡해졌고 로맨스는 시한부에 출생의 비밀까지 힘든 고난이 연속이었다. 무더운 날씨 탓일까, 시청률도 시원하게 응답해주지 못했다.

무더운 여름, 고구마 전개는 그만=예상치도 못 했던 폭염에 안방극장 드라마 성적표는 극과 극을 보이고 있다.

올여름 나온 장르물의 시청률이 저조하다. KBS2 ‘뷰티풀마인드’는 의학드라마의 탈을 쓴 장르물로, 병원 내 살인사건부터 경찰의 범죄 수사까지 담고 있다. 의학드라마지만 가벼운 로맨스를 보여주는 경쟁 극 SBS ‘닥터스’와의 정면 승부에서 완패, 시청률은 바닥을 쳤다. 지난 1일 종영을 앞두고 2.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라는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원티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들을 유괴한 진범을 찾기 위한 엄마의 고군분투를 그린 극으로 배후 인물이 속속 드러나고, 예상은 계속 빗나간다. 촘촘한 반전에도 불구 지난달 20일 최저시청률 5.4%를 찍고 저조한 시청률로 수목 극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KBS, SBS, tvN 제공]

장르물뿐 아니라 복수극이나 무거운 사랑이야기를 담은 극도 성적표는 매한가지다. KBS2 ‘함부로애틋하게’는 지난 10일 7.9%로 최저 시청률을 기록,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와 악연으로 얽힌 여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려나가고 있다. 초반 높은 시청률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매 회 눈물바다로 얼룩진 무거운 전개로 시청률도 떠내려갔다. MBC ‘몬스터’는 1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20%대를 돌파한 후발주자 ‘닥터스’와 10% 격차를 벌리고 있다. ‘몬스터’는 부패한 세력과 싸우고, 복수하는 이야기를 골자로 한다. 러브라인이 있지만, 집착과 악연이 겹쳐 달달하기 보단 살벌하다.

[사진=KBS, SBS, tvN 제공]

최근 작품을 끝내고 새로운 작품을 고심 중인 한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여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복잡한 장르물이나 로맨스라도 무거운 극을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가볍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춰 작품 선정 중”이라고 말했다.

또 여름 탓? 사회 비판도 공감지수 하락= 불경기가 계속되는데다 여름까지 겹친 탓일까, 사회 비판을 담은 무거운 소재도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한참 주가를 올리던 장르물과 사회 비판 드라마들이 불볕더위에 눌려 힘을 못 쓰고 있다.

‘뷰티풀마인드’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와 더불어 빈부 격차, 대리모, 아동학대 등의 사회 문제를 담았다. 여기에 11회 방송에서는 구의역 사고를 빗대 에어컨 실외기 설치기사의 죽음을 다뤄 시의성도 함께 담았다. 공감 능력이 없는 의사가 인간애와 사랑을 알아간다는 내용까지 더불어 작품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응답해주지 않았다. 

[사진=KBS, SBS, tvN 제공]

‘원티드’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횡포와 더불어 이른바 ‘옥시’ 사태를 풍자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다시 수면 올리기도 했다. ‘함부로애틋하게’는 회를 거듭할수록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보다는 과거의 비밀에 더 집중하는 양상이다. 입신양명을 위해 윗사람의 뺑소니 사건을 조작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뀌어 놓는 등 음모를 파헤치는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역시 시청률은 점점 더 하락하고 있다.

[사진=KBS, SBS, tvN 제공]

반대로 사회 비판을 담았지만 승승장구한 드라마도 있다. OCN의 ‘38사기동대’가 그 주인공이다. 같은 사회 비판 드라마지만 시청률은 갈렸다. OCN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 지난 6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다른 장르물이나 사회 비판 드라마와는 접근부터가 달랐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지만, 사기꾼과 세금 징수 공무원이 합세해 역시 사기로 체납자들에게 세금을 징수한다는 설정으로 무거움을 통쾌하게 바꿔놓았다. 세급 체납이라는 심도 있는 소재지만, 유쾌하게 풀어나간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올여름 가장 핫(Hot)한 주가를 올린 SBS ‘닥터스’는 평이하고 달콤한 로맨스, MBC ‘더블유(W)’는 웹툰과 드라마를 넘나드는 볼거리 많은 잔칫상으로 승부했다. 다시 말해 무게 조절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KBS, SBS, tvN 제공]

윤석진 충남대 교수(드라마 평론가)는 “드라마에서 다루는 사회적 현안은 한 마디로 불편한 진실”이라며 “현실 자체가 시끄럽고 부조리한 것들이 많은데 대중들이 드라마를 통해서까지 그런 것들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던 때도 분명히 있지만, 지금은 또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장르물과 무거운 로맨스,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무더운 날씨와의 궁합은 말 그대로 ‘글쎄’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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