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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LA다운타운 의류 상권에서 회사를 운영하며 이제는 중견 업체 반열에 오른 앙드레의 제인 박 대표(사진)는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일궜던 한인 1세 의류인들과 다름없이 2세 경영체제 문제를 고민해왔다고 한다.
매직쇼에서 만난 박 대표는 아직 성공이라고 표현하긴 이르지만 2세 전환을 위한 안정적인 연착륙 기조는 만들었다고 말했다.
“힘들게 몇십년 동안 일군 회사를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단순한 개념이었다면 2세 전환은 과감히 포기했을 겁니다”
이미 중견 업체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나름 회사 규모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업주 입장에서 당연히 은퇴후 계획도 충분히 마련돼 있다. 사실 당장 회사를 떠나 제2의 은퇴후 인생을 사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없다.
하지만 조금은 힘든 길이지만 2세 전환에 집중하는 이유는 한인 의류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 틀 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보통 1세대를 말하는 지난 30년간 한인 1세대 의류인들은 좋은 디자인과 소재로 제품을 만들고 이를 보다 좋은 곳 또한 많은 곳에 팔기 위해 노력했고 나름의 틀까지 만들었다.
30여년전 스왑밋에서 주로 팔리는 한인들의 제품이 이제는 고급 백화점을 비롯해 미국내 주요 의류 유통 업체 대부분과 거래 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규모와 인지도를 함께 높였다. 하지만 온라인을 넘어 이제는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면서 유통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 이를 보다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2세들의 참여가 지금보다 더욱 늘어야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박 대표는 “그저 옷 잘만들어서 좋은 가격에 잘 팔고 싶다는 일념으로 지난 1세대를 보냈다. 하지만 최근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해 솔직히 1세들의 대처는 조금 미흡한게 사실이다”라며 “1세들이 일군 터전속에서 2세들이 보다 새로운 감각과 순발력을 발휘해 새로운 시장에서도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앙드레의 박 대표 역시 여전히 2세 전환은 진행형이라고 한다.
물론 3년전부터 동참한 아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고 회사 내부나 외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해주고 있지만 조금 더 분발해 줬으면 하는 욕심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박 대표의 아들은 회사 입사후 1년 넘게 최저임금의 말단 배송직부터 시작해 이제는 세일즈를 비롯해 회사 업무 전반을 익혔다. 한달 넘게 집에 못 들어올 정도로 각 지역에서 열리는 의류 트레이쇼를 아들이 직접 챙기고 있다. 3년이 조금 지났지만 빠르게 회사 업무를 파악했고 함께 일하는 80여명의 직원들과도 잘 융화된 모습이다.
박 대표는 “작은 가게에서 팔리던 옷들이 백화점과 대형 의류 전문 유통 업체를 거쳐 이제는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LA지역 한인 의류 업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옷이라는 제품이 과거에 비해 갑작스럽게 덜 팔리는 것이 아니라 유통되는 장소나 유행하는 디자인 혹은 소재가 바뀔 뿐 어딘가에서는 팔리고 있는 만큼 1세와 2세가 힘을 모아 새로운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라스베가스=이경준 기자